최종편집 : 2024-04-29 00:25 (월)
외환위기라는 태풍이 오면 어쩔 것인가?
상태바
외환위기라는 태풍이 오면 어쩔 것인가?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08.06.1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환(편집위원)

요즘의 밤 공기는 불안하고 불온하다. 거의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서울 중심부의 촛불 시위를 보면 당겨진 활 시위에서 화살이 떠나기 직전의 팽팽한 위기가 느껴진다.

공영방송을 사수하자는 촛불시위까지 등장했다. 누구로부터 뭘 지키자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지금 방송권력을 손에 쥔 것은 정치권력이 아니라 좌파 정권에 의해 임명돼 오늘까지 연명하는 방송사 지도부 자신일 것이다. 정부 투자기관인 방송공사가 언론이라는 것만을 강조하며 헌법기관인 감사원 감사에 반대하는 것은 오만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전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이라는 인사의 사장 낙하산 임명 때도 다들 결연히 반대해야 했을 것이다. 이제 KBS사장은 국민 직선제나 국회 선출로 개선하는 것이 방법이다. 그래야 중립성이 보장되고 존경 받는 국민의 방송이 될 것이다.

툭하면 내정간섭적으로 발언하는 북한 측은 촛불시위를 지지, 선동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는 민주국가에서 기본권이지만 불법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 국민 혈세로 마련한 전경 버스의 유리창을 깨고 밧줄을 걸어 넘어트리려는 것은 찬양 받을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중의 폭력일 뿐이다. 장시간 도로를 점거하고 갓 출범한 정권의 퇴진구호를 외치는 것도 문화제가 아니다. 필자는 직접 민주주의에 참여한다는 시위대들이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한 지난 대선과 총선의 간접 민주주의에서는 빠짐없이 한 표의 주권을 행사했는지 궁금하다.

시위를 주도한다는 단체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국민’의 이름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4900만 명인데, 어떤 민주적 절차로 그들이 대표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개중엔 평택미군기지이전 반대시위를 주동했던 낯익은 인물도 보인다.

국민은 여러 가지이고 민의도 여러 종류이다. 목소리 큰 사람들만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은 누구도 없다. 그러나 확산되어가는 촛불시위 이슈를 경계하는 사람은 많다. 많은 국민들은 정파적 이익이 첨가되는 시위 목적의 변질을 우려한다. 물론 시위의 기저에는 정부가 쉽게 해결 못하는 경제난 등으로 누적된 불만이 깔려 있다.

정치권이 풀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엔 ‘등원의 조건’ 운운하면서 빈손으로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있다. 촛불이 더 탈수록 유리하다고 믿는 것일까? 그들은 386들이 좌지우지하던 멘탈리티에 젖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한 의미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민주당 의원들 등원의 조건은 간단하다. 응당 18대 국회의원 당선이 그 조건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당선된 자들은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국회의사당에서 개원식을 열고 원 구성을 하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낙선자들은 당선자들을 부러워한다. 다음 총선을 기다리며 지금의 당선자들이 떨어지고 자신이 당선되면 더 잘 할 수 있다고 다짐할 것이다.

정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조화로운 예술이어야 한다. 국회는 가뜩이나 지친 국민을 더 피곤하게 만들지 말라. 지금 1배럴(158.9 리터)에 200달러를 향해 치솟는 기름값에 부유층을 제외한 거의 전국민이 신음하고 있다. 고유가에 화물연대와 버스, 트럭, 건설 중장비 기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경유차 자영업자, 경유차 소유 시민들의 고통도 버겁기 짝이 없다. 수출을 잘 되게 하려는 고환율 정책은 서민들의 짐을 더욱 무겁게 한다.

시위를 촉발한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최악의 경우, 국민 각자가 미국 쇠고기 자체를 안 먹기로 작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1950년대, 60년대의 가난했던 시절에 대다수 국민들은 명절과 생일에나 쇠고기를 구경했다. 그 당시의 젊은 세대들이 오늘의 장수 세대다. 쇠고기엔 대체재도 있다.

그러나 석유 문제는 다르다. 한심한 정권들이 연간 수십조 원의 유류관련 세금을 거둬들이면서도 대체에너지 개발 등 탈석유 정책을 과감히 실천하지 못한 탓에 석유의존도가 높아 더욱 그렇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제2의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이야기다. 연초 일본의 한 유력지가 우리 경제부처 관료 인터뷰에서 외환위기 가능성을 물었던 보도가 기억 난다. 물론 관료는 부인했다. 그러나 간단하다. 국가가 외화를 수입 이상으로 지출하면 언젠가는 파탄이 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곧 순채무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기름값과 원자재 값이 급등하여 지출은 늘어나는데 사람들은 계속 정신 못 차리고 해외로 나가 골프치고 쇼핑하고 각급 의원들은 시찰이랍시고 외국에 나가 관광지를 돌아 놀다 온다. 이렇게 계속하면 곧 국고는 거덜날 것이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고 떠나도 위기는 증폭된다.

4.19 혁명 이후에 일본 언론들은 우리나라의 정치 현상을 ‘데모 구라시(데모의 삶)’라고 비아냥댔다. 지금 촛불시위를 하지 말자는 시위가 나온다. 그 때도 데모하지 말자는 데모가 있었다.

광우병 시위는 촛불로 왔지만, 생각하기도 끔찍한 외환 위기는 태풍처럼 온다. 촛불은 물론이고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다. 이젠 촛불시위도 할만큼 했으니 시위대도, 국회도, 정부가 정신 차리고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어떨까. 이제 정부에게 시간을 줄 때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