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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인생론, ‘큰 돌’과 ‘작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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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인생론, ‘큰 돌’과 ‘작은 돌’
  • 중앙매일
  • 승인 2017.10.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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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서병규 본사주필.

톨스토이의 ‘인생론’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두 여인이 마을의 큰 어른 앞에 가르침을 받으러 왔다. 한 여인은 자신이 젊었을 때 남편을 바꾼 일에 대해 몹시 괴로워하면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죄인이라며 울었다. 그러나 다른 여인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도덕적으로 그다지 큰 죄를 짓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만족해하고 있었다.
어떤 죄가 무거운지 마을의 노인은 두 여인을 마주하고 앉아서 앞의 여인에게는 큰 돌을 주어오라 이르고 뒤의 여인에게는 작은 돌을 여러 개 가져오라고 했다. 두 여인이 돌을 가져오자, 노인은 애써 들고 왔던 돌을 모두 제 자리에 가져다두라고 말한다. 큰 돌을 가져왔던 여인은 쉽게 제 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러 개의 작은 돌을 주어왔던 여인은 원래의 자리를 일일이 기억해 낼 수가 없어서 허둥지둥하고 말았다. “죄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크고 무거운 돌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기억할 수 있어서  도로 갖다놓을 수 있었다.

큰 죄에는 반성이 있지만 작은 것에는 망각이 많다.  

그런데 여러 개의 작은 돌을 주어왔던 여인은 원래의 자리를 일일이 기억해 낼 수 없어서 허둥지둥하고 말았다. 여기서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죄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크고 무거운 돌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기억할 수 있어서 제자리에 도로 갖다놓을 수 있으나 많은 작은 돌들은 원래의 자리를 잊었음으로 제 자리에 갖다놓을 수 없는 것이다. 큰 돌을 가져온 너는, 한 때 네가 지은 죄를 늘 기억하고 양심의 가책에 겸허하게 견디어 왔으나 작은 돌을 가져온 너는, 비록 하잘 것 없는 것 같아도 네가 지은 죄의 나날을 보내는데 익숙해 버린 것과 같다.
너는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말하면서 자기 자신은 더욱 큰 죄에 빠져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인생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토사구팽(?死狗烹)은 또 다른 가르침을 준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그 원형은 ’교토사 양구팽((狡?死 良狗烹)이다. ”새를 다 잡으면 활은 수납장속에 처박히게 마련이고, 더 잡을 사냥감이 없으면 사냥개는 대신 삶아죽게 마련“이라는 뜻풀이이다. 한마디로 희생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직책을 이용해서 온갖 권세를 다 누리고도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채 끝까지 자리를 놓지 않으려 남을 원망하는, 도덕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이 저 편리한대로 인용하는 말인 것이다. 마치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식으로..... 
와신상담(臥薪嘗膽)도 관련 있는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월(越)의 왕 구천(句踐)의 신하인 범여가 한 말로 전한다. 구천이 전쟁에 패하여 오(吳)나라 왕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동안 범여는 민심을 수습하고 국력을 기르는 등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심신을 바침으로써 전국에서 풀려난 구천이 또다시 오나라를 쳐서 설욕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정작 조국이 광복이 되자 가장 공이 컸던 범여는 자기가 할일은 이제 끝났다하여 종적 없이 사라져 이름까지 바꾸고 살았다. 하지만 백성들은 왕보다도 범여를 칭송하기에 이르니 왕이 이를 잊지 않고 수소문하여 찾았으나 범여는 이때 “토사구팽이라, 할일을 마쳤으니 여한이 없노라” 했다는 유래다. .
국민적 지탄을 받으면서 ‘자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몰염치한 정치인들과는 근본이 다르다. 나라와 국민에게 봉사하기 보다는 못 보일 꼴만 보여주고 있는 그런 인사들이 인용할 말이 아닌 것이다. ‘대신 삶아 죽는 사냥개’의 미덕이야 말로 이 시대 정치인들의 덕목이 아닐까!    
여기서 우리는 노자의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가 열거한 7가지 지도자상은 이러하다. 1. 어름에 덮인 강을 건너듯 신중하고 2, 사방의 적에 대비하듯 조심스러워 하며 3, 남의 집 손님으로 초대되어 간 것처럼 단정하고 4, 얼음이 녹아가듯 구애됨이 없으며 5, 손보지 않은 원목처럼 꾸밈이 없고 6, 탁한 홍수처럼 모든 것을 수용하며 7, 대자연의 골짜기처럼 광활하다.                

작은 죄도 쌓이면 병폐가 커 막아야 한다.

                                 
이 시대의 정치인들 한마디로 겉으로는 뚝배기 같은 된장 맛에 대범하고 소탈한 듯 보이나 매끈하고 빈틈이 없는 그런 인물이다. 이런 인물은 대체로 아는 척하지도 않을뿐더러 일도 하는지 안 하는지,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 그러면서도 뭇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믿음직하게 보인다. 지금 이 시대가 바라는 정치인이란 바로 이런 사람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가 하나같이 ‘자기 자랑’에 흠뻑 빠져있는 사람들 천지다. 
아는 것도 많고 해온 일도 많으며 어떤 일을 맡겨도 다 할 수 있는 초능력자(超能力者)들만 같다. 그러나 과연 이 가운데 ‘큰 죄’를 지은 사람만 있고 ‘작은 죄’를 지은 사람들은 없는 것인가. 아니 하찮은 작은 죄는 죄라고 생각지도 않는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우리가 ‘큰 돌’과 ‘작은 돌’을 골라내야 할 판이다.  시민단체의 운동은 그 시금석(試金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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