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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추격자', 3가지 편견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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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추격자', 3가지 편견을 깨다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08.04.1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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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개봉 60일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지난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에 시작한 이 핏빛 스릴러의 흥행 돌풍은 13일 마침내 500만 고지에 안착했다. 관객이 줄어 아우성인 올 극장가에서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추격자'가 유일하다.

'추격자'는 태생부터 남달랐다.

나홍진 감독은 비록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름을 날렸지만 상업영화로는 이번이 데뷔작이었다. 당연히 투자는 가시밭길이었다. 다른 영화와 함께 패키지로 투자문을 두드렸다가 돌아서기를 여러번이었으며, 결국 우여곡절 끝에 제작이 시작됐다.

김윤석과 하정우가 주인공이라는 것도 마케팅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두 배우가 비록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얻기 시작했지만 관객을 불러모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세간의 평이었다.

시사회에서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추격자'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는 것은 나홍진과 김윤석, 하정우라는 조합이 한 몫했다. '추격자'는 개봉 첫 주 할리우드 영화 '점퍼'에 1위를 내줘 관계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기도 했다.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는 필연적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낳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제작사는 처음부터 정공법을 택했다.

마침내 500만을 넘어선 '추격자'는 나홍진이라는 걸출한 신인감독을 배출시켰으며, 꽁꽁 얼어붙은 극장가에 모처럼 단비 같은 영화가 됐다.

묽직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는 관객에 입소문이 돌게 했으며, 꾸준히 극장문을 두드리는 결과를 낳았다. 김윤석과 하정우가 충무로 섭외 영순위로 떠오른 것은 보너스 같은 결과였다.

물론 '추격자'는 흥행에 한계가 명확한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에도 불과하고 주관객층이 20~30대 여성들이 반복 관람을 꺼려해 또 다른 동력을 낳지 못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 가족 관객이 외면한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유영철 사건에서 비롯됐기에 최근 불거진 엽기적인 살인 사건에 단골처럼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영화가 가진 태생과 연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격자'는 '살인의 추억'을 이어 한국형 스릴러라는 장르에 한 획을 긋는 영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연이은 흥행 실패로 한국영화는 스릴러가 안된다는 고정 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다.

'추격자' 이후 한동안 충무로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가 나올 때마다 "'추격자'가 눈을 버렸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웰메이드 영화의 기준점이 되는 성과를 이뤘다.

'추격자'는 현재 200여 스크린에서 평일 1만명씩 관림이 지속되고 있어 선배격인 '살인의 추억'이 기록한 510만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을 밀어내듯 '추격자'을 따라잡는 또 다른 한국형 스릴러가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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