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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과 싸움 그 미묘한 차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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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과 싸움 그 미묘한 차이에 대하여
  • 중앙매일
  • 승인 2017.02.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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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동남서 문성파출소 김병순 순경.

유난히 추웠던 지난 1월 어느 날 모사이트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닉네임) 너 나하고 현피 한 판 뜨자.’ 추운 날씨에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휴대전화만 바라보며 지루함에 몸부림치던 이들에게 이 게시글은 흥미거리가 되었고 하나둘씩 관심을 가지며 순식간에 게시판의 최고 핫이슈가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현피’란 ‘현실 피케이’의 줄임말로써 게임 상에서 캐릭터끼리 싸우는 것을 ‘PK(피케이)’라고 하는 데서 비롯된 언어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시글의 당사자들은 그들의 말로 ‘현피’를 뜰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했고 드디어 그 당일, 당사자들은 사이트에 결전의 장인 천안으로 이동하는 사진과 글을 실시간으로 올리며 곧 벌어질 그들의 ‘현피’를 예고했다.
그러던 중 이 게시글의 내용이 장난이 아님을 느낀 불상의 남성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우리 파출소에서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그들의 사진을 통하여 인상착의를 숙지 후 천안역 내외 수색중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대상자를 발견하였고 그를 통하여 그 상대방까지 발견하였다.
그들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진술을 청취하여 종합한 바, 둘은 모사이트 격투갤러리에서 활동하는 회원들로 상호 의견대립으로 인하여 인터넷상에서 언쟁이 있었는데 마침 둘이 격투기를 좋아하니 만나서 체육관을 대절한 후 체육관 관장 입회하에 대련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그들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다 체육관을 대절하지 못했을 때는 그냥 길거리에서 싸우기로 했어요. 어차피 폭행은 반의사불벌죄잖아요.” 그들은 폭행죄가 반의사불벌죄라는 것을 아는 유식함을 보였으나 그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그 행동이 본인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 같았다.
현행법상 폭행죄의 경우 형법 제 260조에 규정하여 이를 위반할 시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고 있지만 그들이 알고있는대로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원치 않으면 사건을 진행할 수 없다. 그러나 폭행으로 인하여 상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다르다. 상해죄는 형법 제 257조에 규정하여 이를 위반할 시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는데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건이 진행되어 그들의 삶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위 사건은 그들로부터 반드시 체육관을 대절해서 관장님 입회하에 대련을 할 것이라는 다짐을 받은 후 보내주었고 몇시간 후 그들이 대련을 마친 후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있는 사진을파출소로 전송함으로써 마무리되었다.
우리가 체육관에서 하는 ‘대련’과 길거리에서 하는 ‘싸움’은 보는 사람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그 결과 또한 다르다. 대련은 스포츠로 승자와 패자로만 나눠지는 반면에 싸움은 범죄자가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 외에도 주변 사람들이 본인에게 관심을 가질수록 높아지는 자존감과 젊은 날의 호기로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자유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기에 국민 모두가 주어진 자유를 누리기 전에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다면 우리나라는 좀 더 행복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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