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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상근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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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상근이 때문이다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08.03.1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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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 나오는‘상근’이 스타 개가 되자 그레이트 피레네도 덩달아 인기다. 상근과 같은 견종이다.

서울 강남이나 퇴계로 일대 강아지 가게로 그레이트 피레네를 구할 수 있겠느냐는 전화가 툭 하면 온다. 1주에 2~3마리씩 팔아치우는 상점도 드물지 않다. 1마리에 100만원 안팎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충동구매자다. 그레이트 피레네 관련 상식조차 없이 그저 상근이 귀엽다는 이유 만으로 덜컥 같은 견종을 사 들이고 보는 남녀들이다.

그레이트 피레네는 초대형이다. 세인트 버나드, 그레이트 데인 급이다. 키가 수컷은 68.58~81.28㎝, 암컷 63.50~73.66㎝에 이른다. 몸무게는 40~50㎏ 정도다.

이 큰 개를 기르려면 공간이 드넓어야 한다. 운동을 충분히 시켜야 하고, 풍부한 영양공급도 필요하다. 하얗고 긴 털은 매일 관리해줘야 한다. 겉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속까지 털로 빽빽하므로 거충거충 빗질만 하면 속털이 엉켜버리고 만다.

바쁜 현대인이 도시에서 그레이트 피레네를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아파트에서 사육하려면 개 주인은 사회생활을 포기한 채 그레이트 피레네의 몸종이 돼야 한다. 털갈이 철이면 털이 뭉텅뭉텅 빠지고, 엄청난 먹이 양 만큼 똥도 푸짐하기만 하다.

훈련이 썩 잘 되는 종자도 아니다. 강아지 때 예쁘다고 오냐오냐 하면서 절도 있는 트레이닝 시기를 놓치면 덩치 큰 망나니로 커진다. 게다가 잘 짖는 편이라 집안에 둔다는 것은 몰상식에 가깝다.

몸이 굵어진 개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과거 ‘베토벤’이 인기를 끌자 이 영화의 주인공인 세인트 버나드종이 아주 잘 팔렸다. 그러나 6~8개월 뒤 송아지 만해진 몸집으로 버림받은 세인트 버나드들은 사회적 골칫거리가 됐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들이 ‘영화 이미지에 반해 개를 키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달라’는 문구를 넣으라고 요구했을 지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거대한 세인트 버나드를 개 훈련소에 맡긴 뒤 연락을 끊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식견국 중국은 근수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세인트 버나드를 선호하기는 한다.

커다란 개만 비극을 겪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말 어느 스타 골퍼가 비글종을 안고 나타나자 이내 비글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하지만 얼마 못돼 특유의 천방지축 성질 탓에 버려진 비글들이 떠돌이개 수용소마다 차고 넘치기에 이르렀다.

2002년 전후로 마리당 200만원에도 없어서 못팔 정도였던 아메리칸 코커스패니얼 버프 역시 ‘유기견 1호’로 전락했다. 개를 살아있는 장난감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기도 하다.

상근이 촉발한 그레이트 피레네 유행은 대체·보완재 개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불도그 대신 퍼그의 주름을 어루만지듯 그레이트 피레네 대갚음으로 사이즈도 만만한 흰둥이에게 정을 붙이면 개도 좋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섭공은 용을 끔찍이도 좋아했다. 그의 인테리어 키워드는 용이었다. 집안 구석구석을 용, 정확히는 용의 형상들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소문을 들은 진짜 용이 섭공에게 자신을 친견할 기회를 주고자 강림했다. 섭공네 집 창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꼬리는 마루에 늘어뜨린 상태로 대견한 섭공을 바라봤다. 섭공은 혼비백산, 달아나고 말았다. 섭공이 좋아한 것은 용이 아니라 용꼴이었다.

이 섭공호룡(葉公好龍)을 섭공호견(葉公好犬)으로 바꿔 TV 속 상근에 만족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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