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14:36 (금)
"아이는 긍정의 말을 먹고 자란다"
상태바
"아이는 긍정의 말을 먹고 자란다"
  • 안재신 기자
  • 승인 2016.07.14 0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병직 삼가초등학교 교장
▲ 민병직 교장.

본지는 최근 세간에 화제를 뿌리고 있는 '내 아이가 듣고 싶은 엄마의 말'을 쓴 민병직 작가를 만났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육현장에서 얻어낸 말에 대한 통찰의 결과물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이미 여러 권의 자녀교육서를 낸 바 있으며 현재 삼가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 먼저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데요, 책을 펴내게 된 동기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사람은 ‘말로 하루를 시작하고 말로 하루를 닫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소중한 말인데도 말에 대해 너무나 소홀한 경우가 많아요. 특히 학교 교육현장에서 살펴보면, 아이들이 엄마의 말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고 있지요. 툭하면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그것 밖에 못하겠니?” “넌 어쩌면 그 모양 그 꼴이냐”하면서 아이에게 안 좋은 말을 하거든요. 엄마의 이런 말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엄마의 말 습관을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간 교육현장의 아이들로부터 왜 ‘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요?
  -여러해 전 초등 교사로 2학년을 담임할 때 한 아이가 가출을 했어요. 다행이 아이가 돌아오긴 했지만 아이나 엄마가 입은 상처는 너무나 컸어요. 저는 아이와 엄마를 상담하면서 아이의 가출 원인이 엄마의 말에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어요. 엄마는 툭하면 이런 말을 했대요. “그것 밖에 못하냐?”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너는 왜 그리 멍청하니?” 이런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 아이가 집을 나왔다고 했어요. 이 같은 말들이 아이가 잘되라고 하는 말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견디기 힘든 말일 수도 있거든요.
 
▲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어떻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까?
  -엄마의 결정적 한마디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일러주고 싶었어요. 아이는 엄마가 하는 한마디로 아이의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고, 정반대일 수도 있거든요. 엄마의 말이 지시나 명령, 훈계, 비교나 비난의 일색이라면 아이는 그런 엄마의 말에 갇혀버려 상처를 입기 마련입니다.

▲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요약하면 어떤 것일까요?
 -아이의 으뜸가는 선생님은 엄마에요. 그런데도 엄마들은 아이에게 막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인근의 어떤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투신한 일이 있었어요. 아이의 생일날 저녁을 먹는데 엄마가 그런 거예요. “넌 시험기간인데 공부도 하지 않고도 창피하지 않니?” 이 한마디에 투신한 거죠. 부모의 말 한마디는 이렇게 아이의 운명을 갈라놓을 수 있어요. 그러기에 엄마는 아이를 늘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감싸주는 말을 해야 하죠. 학교에서도 보면 긍정적인 말을 듣고 자라는 아이는 자존감이 높고 표정이 해맑으며 학업성취도가 높아요.

▲ 마음을 열지 않으려는 아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선생님만의 노하우를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말들일까요?
 -엄마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아이가 문을 엽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절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요. 이 책에서 아이의 마음을 열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어요. 이 원칙 만 준수한다면 아이를 변화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5가지 중에서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언어’는 아이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제일가는 기술입니다. 공감언어라고 해서 엄청난 것이 아니에요. “응, 그렇구나!”, “괜찮아.” “그런 생각이었구나.”와 같이 그냥 아이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이해해주면 되는 거예요.
 
▲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기억에 남는 좋은 사례가 있으시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승영이란 아이를 담임하고 있을 때였어요. 어느 날 승영이를 상담하는데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를 바꿔 버리고 싶어요. 엄마는 내가 공부하는 기계인 줄 알아요. 엄마가 보기 싫어 엄마의 신발을 걷어차기도 했어요. 그래야 마음이 좀 풀리거든요.”
  승영이의 아빠는 서울의 명문대학 교수로 있고 엄마는 서울 명문대를 나온 유복한 집안의 여식(女息)이었지요.
  저는 아이의 엄마에게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한 5가지 원칙을 실천에 옮기라고 주문했어요. 엄마는 열심히 실천했고 그 결과 아이와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회복되었어요.

▲ 다섯 가지 원칙이라고 하셨는데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말하기, 믿어주고 지켜보기, 마음 읽어주기, 재촉하기 않기, 인정해주기 등이 그것이죠. 이 원칙은 오랜 기간 교단에서 얻어낸 통찰의 결과물, 수확입니다. 여기엔 그 이상도, 이하도 없습니다.

 ▲ '말의 중요성'은 비단 엄마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교사들의  말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맞아요. “내 아이가 듣고 싶은 엄마의 말”에서 ‘엄마’라는 말 대신 ‘교사’라고 바꿔도 틀리지 않아요. 교사의 말 한마디에 아이는 천재성을 발휘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거든요. 그러기에 선생님들도 늘 좋은 언어, 그러니까 늘 긍정적인 말로 아이를 대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말은 아이에게 치명적인 상흔(傷痕)을 남길 수 있어요. 아이가 설령 말썽을 부리더라도 늘 긍정적으로 지켜보며 꾸짖기 보다는 나-메시지나 공감언어와 같은 열린 질문과 답변으로 아이를 지도하는 것이 훨씬 좋은 효과를 나타냅니다.

▲ 엄마들이 유의해야 할 점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엄마는 요구자가 되어선 곤란합니다. 요구자가 아닌 조력자가 되어야 하고 나아가 안내자내지는 촉진자가 되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각을 바꿔야 해요. 내가 낳은 아이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고 ‘이 아이는 그 일을 할 수 없는 아이야’, ‘가능성이 없어’, ‘안 될 거야’하고 결론부터 내리면 아이는 그 한정된 틀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늘 아이가 가진 숨은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좋은 말, 환한 표정으로 아이를 대해는 ‘긍정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 이밖에 독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시겠습니까?.
   -엄마는 아이를 가능태로 보아야 해요. 불가능태로 보면 작은 화분의 한계를 넘지 못해요. 아이는 엄마의 긍정을 먹고 자랍니다. 재촉하지 않고 너그럽게 지켜보고 아이를 믿어주는 긍정의 말 습관이 아이를 성공시키는 동력원(動力源)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