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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의 유래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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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의 유래와 특징
  • 중앙매일
  • 승인 2016.04.1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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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칼럼니스트) 신상구(辛相龜)
▲ 당진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현장.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인 기지시 줄다리기는 지난해 12월 2일 영산줄다리기, 의령큰줄땡기기, 밀양감내게줄당기기, 삼척기줄다리기, 남해선구 줄끗기 등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이젠 당진시만의 문화가 아니고 세계적인 문화가 되었다.


기지시리는 본래 면천군(沔川郡) 승선면의 지역으로서 틀처럼 생긴 못이 있다 하여 ‘틀모시’라고 불렀다. 조선 후기에 면천의 남쪽과 서쪽의 고을 사람들이 한양을 가려면 이 곳 면천을 거쳐 기지시를 통과해 한나루[漢津]를 건너야 했다. 이러한 교통의 요지인 기지시에 이미 19세기 중엽 이전에 정기 시장(市場)이 섰고, 내포(內浦) 지역에서 면천 읍내장과 더불어 가장 번성한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그 후 점차 상인을 비롯하여 각지에서 모여든 주민들이 마을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줄다리기가 행해졌다.


현지 고로(古老)들의 증언에 의하면, 1910년 이전부터 1940년대 초까지 윤년마다 줄난장을 벌였다. 처음에는 부녀자들이 중심이 되어 삼베, 짚, 늑다리, 칡넝쿨 따위로 줄을 꼬아 소규모로 줄다리기를 했다. 그러다가 193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대규모의 줄다리기로 발전했다. 1940년대 초반 이후 20년 정도 중단되었다가, 1960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다시 줄다리기를 해왔다. 그 후 충청남도 지방문화재 지정을 받고, 여러 차례 백제문화제에도 참여했으며, 1981년에는 ‘국풍(國風) 81’에 참가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기지시는 현지에서 ‘틀무시(틀모시)’ 또는 ‘틀못’이라고 부른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은 풍수상으로 보아 옥녀가 베짜는 형국이어서 베를 마전(피륙을 바램)하는 시늉으로 줄다리기가 생겼다고 하기도 하고, 또 기지시리의 지형이 지네형이어서 지네모양의 큰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했다는 설도 있다.

▲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기지시리의 당산제는 매년 음력 정월에 마을 동편에 있는 국수봉(國守峰)의 국수당에서 행해지나, 줄다리기는 윤년의 음력 3월 초에만 행해진다. 따라서, 줄다리기를 하는 해에는 3월에 당제를 지내고, 이어서 줄다리기 행사로 들어간다.


합덕에서 기지시리를 거쳐 당진·서산으로 가는 국도를 경계로 해서, 국도의 남쪽은 물 위, 즉 수상(水上)이라 하고, 북쪽은 물 아래, 즉 수하(水下)라고 부르는데, 수하인 송악면 일부와 송산면·우강면·용대면·석문면과 당진 일부, 신평면 일부 마을과, 수상인 송악면 일부와 순성면·면천면과 합덕 일부, 당진 일부 마을이 서로 대결한다.


참가인원에는 제한이 없고, 거주자는 남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므로, 한쪽이 많을 수도 있다. 줄이 길기 때문에 긴 국도에서 만든다. 먼저 동아줄을 만들고 다시 세 개로 한 줄을 만드는데, 큰 줄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 수 없어서 줄 꼬는 틀을 이용한다. 다 만든 원줄은 사람이 올라앉아 양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지름이 1m쯤 된다. 원줄의 작은 것은 아홉 가닥, 큰 것은 열다섯 가닥이고, 중줄은 열두 가닥이고, 길이는 50∼60m쯤 된다.


원줄은 본부에서 만드나, 곁줄은 각 마을에서 제각기 만들어 와서 단다. 수하인 물 아래가 암줄이고 수상인 물 위가 수줄이 되는데, 암·수 두 줄을 연결시키면 원줄이 100m가 넘고, 곁줄은 원줄보다 길기 때문에 줄의 전체길이는 150m가 훨씬 넘는다. 줄다리기가 시작되면 양편 주민들은 농악을 울려 기세를 올리며 줄 옆에 모여선다.


중앙선에 기지시의 ‘두레농기’를 꽂고 좌우에 수상의 청기(靑旗), 수하의 황기(黃旗)가 선다. 양편은 대장이 지휘하는데, 심판의 신호에 따라 첫번째 신호에 줄을 잡고, 두번째 신호에 줄을 들어 끌어간 쪽이 이긴다. 수하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하는데, 북쪽의 수하편이 매년 승리한다. 지형은 북쪽이 약간 낮아서 수상이 불리하게 되어 있으나, 수하가 이겨야 풍년이 들기 때문에 져도 불평은 없다.


자기편이 꼭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을 초월하여 다만 풍년이 들기를 염원하는 농경의식의 하나로 행하여지는 민속놀이이다. 줄다리기가 끝난 뒤 줄은 이긴 쪽 차지가 되는데, 승부가 나는 순간 사람들이 다투어 줄을 끊어간다. 특히, 암줄과 수줄을 연결시켜 비녀목을 꽂은 부분의 줄은 불임증과 요통에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 1982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이우영(李禹永)이 당제(堂祭) 및 줄다리기의 기능보유자로 인정되어 있다.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는 500여년 전 지역에 큰 해양재난이 닥쳤을 때 마을 주민이 합심해 이를 극복코자 시작됐으며 일제강점기에도 살아남아 지금까지 여러 가지 민속이 습합되면서 이어져온 한국의 대표적 민속행사로 2015년 12월 2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되어 예술적?학술적?경제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관광축제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데 기지시 줄다리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어, 타 지역의 줄다리기 민속축제와 차별화(差別化)하고 있다.


첫째 당제는 유교식에 의해서 진행되는 향토신사이나 무당이나 승려가 참여하므로 유불무(儒佛巫)가 복합된 민간신앙 행사이다.


둘째 기지시 줄다리기 기원은 풍수설을 배경으로 하여 지형과 영합되는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 아래 오신(娛神), 점세(占歲), 오락(娛樂)으로 발전하여 왔다.


셋째 당제가 농자(農者)는 득풍(得豊)하고 상자(商者)는 득리(得利)하고 병자(病者)는 소생하고 사자(士者)는 등과(登科)하기를 원하였으나 소원성취는 행복하게 살려는 공리성이 내포되어 있다. 


넷째 줄다리기 행사는 협동단결을 통해서 가능했고 수만 수십만명이 운집하는 큰 행사로 육성 계승되어 농경사회 생활의 추이를 알 수 있는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섯째 줄의 길이는 암?숫줄 각기 100m씩 200m이며 지름 1m가 넘어 어른이 줄을 타고 앉으면 두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원줄이 너무 커서 곁줄을 붙이고 곁줄에 손잡이 줄의 젖줄을 수도 없이 많이 단다. 줄 위에 올라선 대장의 지휘 하에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각 마을의 농악대를 빠른 장단으로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여섯째 기지시 줄다리기는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이며 줄다리기를 통한 농촌사회의 협동의식과 민중생활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간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 일원에서 펼쳐진 올해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는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라는 호재 속에 치러지며 예년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올해 축제에서는 유네스코 등재를 기념하는 인증서 전달식과 한국 유네스코 무형유산도시협의회 네트워크 회의 등이 개최돼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축제 셋째 날 치러진 전국스포츠줄다리기와 읍면동 대항 줄다리기 대회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응원단 모두 패자를 격려하는 모습으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1만 여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의 참여 속에 줄 나가기와 줄 결합 행사를 진행한데 이어 축제의 백미인 줄다리기는 수상팀과 수하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줄다리기에 직접 참여했던 관광객들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화합과 번영을 기원하는 기지시줄다리기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가슴속에 새기며 내년도 축제를 기약했다.


당진 기지시에는 기지시 줄다리기 보존회와 축제위원회가 조직되어 있고, 해마다 행사 때에 해오름풍물단이 공연을 하고 있는가 하면, 2011년에 세계 유일의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Gijisi Judarigi Museum)이 개설되어, 다른 어느 곳의 줄다리기보다 보존과 전승이 잘 되고 있다. 그리고 당진시에서는 2003년부터 기지시줄다리기 행사를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축제로 육성했고, 일본 다이센시 가리와노 줄다리기와 중국 류양시와 줄다리기와도 문화교류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2007년도부터는 기지시줄다리기 세계화 프로젝트를 실시해 2009년 아시아 스포츠 줄다리기 대회를 유치하고, 2013년 6월에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남북화합 평화통일 줄다리기를 실시한 바 있다. 그리하여 앞으로도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가 국제적인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잘 개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진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현장 사진

2011년 4월 8일에 문을 연 당진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4만 643㎡의 부지에 국비 29억을 포함해 148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어 2326㎡에 박물관과 시연장 등을 갖추어 기초자치단체에서 설립해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으로는 비교적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기지실줄다리기박물관의 유래와 줄 꼬는 방법과 과정, 줄다리기 모습, 용왕제와 당제의 장면과 관련 소품, 근현대 당진지역의 모습, 국가별 외국줄다리기의 현황과 분포도 등이 최첨단 영상전시기법을 통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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