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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도시공간을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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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도시공간을 기록하자!
  • 중앙매일
  • 승인 2024.03.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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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충주시 홍보담당관 보도팀장.
김준태 충주시 홍보담당관 보도팀장.

충주는 전 지역이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천년고도의 역사문화도시이다.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토의 중심지이고, 동서남북의 다양한 문화가 모여 융합된 중원문화라는 특징을 담고 있다. 

먼저, 먹거리를 보더라도 재미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설날이 되면 첫 음식으로 산악지역인 북부지방은 만둣국을 내놓지만, 벼농사가 잘되는 남부지방을 쌀로 떡국을 차렸다. 

그런데 북쪽에서 내려온 만둣국과 남쪽에서 올라온 떡국이 중원에서 만나 모두의 맛인 떡만둣국이 탄생했다. 

수안보에는 만두에 꿩고기를 넣어 꿩만둣국이 있어 별미로 통한다.

이뿐인가, 중원지방엔 이것저것을 비벼 먹는 비빔 음식도 있다. 

산지가 많아 철마다 나는 산나물로 차린 산채비빔밥도 좋고, 한강과 달천강이 바다처럼 둘러싸인 도시답게 민물고기를 회로 떠서 나물과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 먹는 비빔회는 고향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충주호의 경치가 좋은 중앙탑(국토의 중앙 상징) 역사공원 주변으로 일명 충주 막국수 거리가 형성됐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메밀막국수에 통닭을 얹어 먹는 음식궁합이 척척 맞았는지 청년들이 줄을 서서라도 꼭 맛본다니 기발함이 신기롭다. 

도시를 걷다 보면 새 건물 속에 섞여 있는 옛 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멋스러움을 만든다. 

소소한 추억이 담겨있는 이발소, 방앗간, 사진관 책방, 극장, 문방구, 짜장면집, 대장간, 구멍가게, 철도역, 담배건조실, 우체국, 학교, 면사무소 등 옛 건물이 점점 새 건물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수안보온천은 <고려사> 1018년에 ‘온천이 있다’는 기록상으로도 무려 1000년이 넘은 온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역사는 책 속에만 있을 뿐 수안보 거리에선 만나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7·80년대 수안보가 잘 나가던 때 한옥 건물은 구식이라고 뜯어내고 콘크리트 건물을 신식이라고 올리다 보니 추억이 사라진 도시의 공백이 생겼다.

그때 추억이 될만하고 역사문화가 될만한 옛날 온천장을 남겨뒀더라면, 100년 전에 사람들이 살던 한옥 한 채 남겨뒀더라면, 하다못해 쓰던 물건이라도 모아 작은 온천박물관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아쉬움은 덜할 것이다.

또 다른 장소인 목행동은 6·70년대에 당시로는 하이테크(high-tech) 기업인 충주비료공장이 설립되면서 충북선 철도가 놓이고 새집과 2층 상가가 즐비하게 늘어서면서 잘 나가는 신도시였다. 

그러다가 지난 1983년 충주비료공장이 폐쇄되면서 극심한 지역침체를 초래했고 이후 40여 년을 멈춘 듯이 보냈다. 

이런 침체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옛 건물을 남길 수 있었고 이를 쓸모 있게 활용한다면 신구(新舊)가 조화로운 도시문화가 될 것이다.

시간은 가더라도 공간은 남는다. 

도시를 둘러보면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공간이 꽤 있다. 

옛것이라도 추억이 주는 아름다움은 새것이라도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다.

얼마 전에 조선시대 한강 수운(水運)의 중심지였던 목계(木溪)에 가보니 고급 차가 전시된 자동차카페가 눈에 띄었다. 

벌써 소문이 났는지 카페 안에는 손님들로 붐볐다. 

이 카페는 약 100년 전부터 쓰던 담배창고를 약간만 고친 것으로 천정엔 나무 트러스 구조를 그대로 노출 시켜 전통과 현대가 어울린 맛집명소가 됐다.

반면 몇 해 전엔 충주에서 가장 오래된 교현동 교회 건물이 철거됐다. 

100년된 건물이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나니 한 뭉치 추억을 잃었다는 섭섭함이 들었다. 

도시의 추억을 품격있게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오늘도 도시는 진화한다. 

충주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사고(史庫)가 있던 기록의 도시답게 다양한 생활문화를 살리고 변모하는 공간을 애써 기록하여 날길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더라도 꼼꼼히 기록하지 않으면 맥없이 헐리고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도시를 잘 기록한다는 것은 유무형의 가치자산을 버리지 않고 남기는 작업이고 미래의 도시 품격을 높여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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