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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맞아 선거 정보를 대하는 유권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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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맞아 선거 정보를 대하는 유권자의 자세
  • 중앙매일
  • 승인 2024.02.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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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진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과 주무관.
임한진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과 주무관.

지난달 23일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예비경선(Primary)이 한창인 뉴햄프셔주의 25,000여명의 유권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23일에 투표하는 건 트럼프를 돕는 짓입니다 11월 본선을 위해 표를 아끼세요’ 

현직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말투와 음성으로 만들어진 해당 전화는 AI 기술을 사용해 만든 가짜 정보였다. 

경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뉴햄프셔 검찰은 즉시 유포된 허위 정보의 출처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그 출처를 밝혀내지 못 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지난 2016년에 있었던 구글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체스의 경우 이보다 20년 앞선 지난 1996년 이미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아제르바이잔 출신 체스 천재 카파로프에 승리를 거뒀지만 체스보다 훨씬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바둑에서는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5번의 대국 중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승리를 거둔 것은 4번째 대국 단 한 번뿐이었고,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줬던 이 둘의 대국은 본격적인 인공지능 서막을 열어 젖힌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8년여가 지난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Chat GPT’를 비롯해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삶 곳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구글 마인드의 인공지능 기술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Fake’의 합성어인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이 날로 정교함을 더해가면서 일상에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발생한 가짜 영상 및 음성을 이용한 수백억 대의 금융사기 사건과 지난해 5월 치러졌던 튀르키예 대선에서 투표 직전 ‘테러 단체가 야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돼 특정 정당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60여일 앞둔 우리에게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 선거정보를 경계하는 자세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 국회는지난해 12월 20일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 영상과 음향 또는 이미지 등을 전면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지난달 11일부터 선거일인 오는 4월 10일까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전면 금지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선거에 있어 정교한 가짜 정보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고 당선만을 목표로 불철주야 뛰고 있는 입후보예정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치일 것이다.

관련 규정 정비와 더불어 우리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 운영해 오던 허위사실공표·비방특별대응팀을 확대 편성해 인터넷 상에 유포되는 선거관련 AI 생성콘텐츠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많은 사용자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생산한 딥페이크 활용 가짜 선거 정보를 완벽하게 판별하기란 불가능한 실정이다. 

포털사이트의 자정 노력과 선관위와 같은 관계 기관의 단속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 스스로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정보를 받아들이기 전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유권자 개개인이 선거 정보에 대한 깐깐한 팩트체커가 된다면 인터넷 상에서 근거 없이 유포되는 가짜 정보를 근절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막연한 정보로 후보자를 선택하기 보다는 중앙선관위가 운영하는 정책공약마당 홈페이지(https://policy.nec.go.kr)을 통해 각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 및 공약을 꼼곰히 따져보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도 선거의 소소한 재미가 아닌가 싶다.

다가오는 4월 10일은 향후 4년간 대한민국 입법부를 이끌어갈 300명의 대표를 뽑는 날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스마트한 유권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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