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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모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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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모아 주세요
  • 안재신 기자
  • 승인 2023.10.05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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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조 현
김 조 현

지난밤 장대비가 매서운 바람과 함께 내렸다.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눈을 뜨니 햇살이 비친다. 

오늘은 기대하고 기다리던 육백 마지기를 다시 보기 위해 자동차를 몰았다. 

해발 1200고지이지만 자동차로 갈 수 있다. 

평창에 있는 청옥산 육백 마지기는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평원이라 해 붙여진 이름이다. 

넓은 초원으로 이미 많은 사람에게는 평창 여행의 명소로 손꼽힌다. 

굽이굽이 굽어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가까이서 발전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이국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발전기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 점점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다. 

파란 하늘에 가까워지고 구름은 손에 잡힐 듯하다. 

얼마 전까지는 육백 마지기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꼽자면 6월이 아닐까 싶다. 

이맘때 이 넓은 초원은 ‘샤스타데이지’가 만개해 마치 꿈속에서 본듯한 꽃밭에 와있는 느낌이 든다. 

초원을 가득 채운 데이지 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푸르고 생기 있는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찬 느낌이다. 

또 다른 이름 ‘계란 프라이 꽃’으로 불리는 ‘샤스타데이지’는 화려하진 않아도 초원 전체에 넓고 가득히 피어서 장관을 만든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다 보면 명당이 아닌 곳이 없을 정도로 주변을 둘러싼 산세와 맑은 하늘이 이뤄내는 아름다운 풍경은 눈과 마음으로 담고, 사진으로 한 번 더 담아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다.

푸른 초원에 핀 꽃들에 반하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림같이 수려한 산세와 그 위에 걸려있는 구름이 장관이다. 

꽤 넓은 초원을 걷는 내내 여기저기 둘러볼 때마다 감탄이 나왔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곳을 걷다가 덥다고 느껴질 때쯤 시원하고 깨끗한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혀준다. 

산속에서 맞는 아침은 고요하면서 신비롭다. 

내려앉은 이슬과 그리고 촉촉이 젖은 흙냄새 그리고 초록빛을 뿜어내는 풀 내음까지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이다 보니 고요한 육백 마지기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선물 받는 것 같다. 

아름다운 꽃들과 푸른 초원 그리고 그 앞으로 펼쳐진 파란 하늘까지, 어떠한 설명 해도 눈에 담는 것만큼의 만족을 줄 수 없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떠나 육백 마지기에서의 하룻밤은 모든 풍경이 선물이 됐다. 

육백 마지기에 올라 모든 답답함과 우울함을 던져두고, 자연이 선물하는 풍경, 향기, 기운만을 한가득 담아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올해는 기대한 ‘샤스타 데이지’가 사라졌다. 

데이지는 주차장 한쪽에 초라하게 둥지를 틀고 남아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원래 데이지는 4년에 한 번 정도 모두 뽑아내고 씨를 파종해야 하는데 지난해는 기후변화로 생육이 부진해 자라지 못한 것이다. 

척박한 고산지대의 환경을 이겨내고 꽃이 피듯이 다음에는 화려한 자태를 볼 수 있는지 기다려진다.

사라진 천상의 화원을 보면서 지난날이 생각났다. 

지방자치가 탄생하면서 행정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오늘날 ‘벨포레’가 중부권 최고의 관광지로 부상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때 군에서 지역개발에 모든 행정력을 기울였음에도 차기를 꿈꾸는 의회와의 알력으로 자칫 포기 직전으로까지 몰리고 의회는 집행부를 도와주기는커녕 침몰 직전으로 몰아가는 아슬아슬한 사태까지 이르렀다. 

진정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영혼이 흔들리는 느낌 이었다. 

그러나 이후 지금의 중견 기업이 인수하고 둥지를 틀어 사업을 완수했다. 

‘벨포래’를 방문하면 감회가 새롭다. 

천상의 화원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꽃밭을 갈아엎고 씨앗을 뿌리고 따뜻한 손을 모아 재탄생하듯이 우리 지방자치 행정도 정쟁의 소용돌이를 극복하고 지방자치의 꽃이 피는 천상의 화원처럼 르네상스 시대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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