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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들에게 빌린 숲을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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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들에게 빌린 숲을 지켜내자
  • 중앙매일
  • 승인 2022.04.12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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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숙 대전광역시 동구 관광문화경제국장
윤미숙 대전광역시 동구 관광문화경제국장

지난달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기억할 것이다. 요원지화(爎原之火)의 기세로 타들어 가던 수많은 숲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을 것이다. 역대 최장기 산불로 기록된 이 산불은 발생한 지 9일 만에 진화됐으며, 이로 인해 무려 축구장 2만 9천여 개의 면적에 달하는 2만 923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매년 산불로 인해 소실되는 전국의 산림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다고 한다. 산불로 한번 망가진 산을 회복시키는 데는 적게는 30년에서 많게는 100년의 세월이 걸리고 그로 인한 수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지불해야 할 대가는 막대하다.

왜 봄철에 유독 산불이 많이 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63%가 산림이다.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봄철에는 산림 내 상대 습도가 낮아져 나뭇잎이 바싹 말라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된다. 올해는 사상 유례 없는 겨울 가뭄과 강풍이 겹치면서 크고 작은 산불이 하루가 멀다고 계속되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건수는 연간 440건으로 주요 화재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35%), 논·밭두렁 소각(16%), 쓰레기 소각(14%), 담뱃불 실화(4%) 등으로 인재(人災)로 인한 산불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산행인구가 늘어나고, 올해는 제20대 대선과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사회적 이슈로 인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산불 예방에 대한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해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산에 갈 때는 성냥, 라이터 같은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말고, 취사하거나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는 삼가며, 산불 위험이 높은 통제지역은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산림이 가까운 곳에서의 흡연, 논ㆍ밭두렁과 쓰레기 소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작은 일부터 생활화하면 된다.

동구는 대전 내 5개 자치구 중 산림의 면적이 가장 넓다. 구에서는 어느 때보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산불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산불 종합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인근 지자체, 군부대, 소방본부 등 유관기관과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산불감시원 등 산불인력 70여 명을 산불 취약지역에 집중 배치하여 입산 통제구역 및 폐쇄등산로 출입통제, 산림 주변에서의 각종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동구는 대전을 대표하는 식장산과 대청호와 같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지니고 있다. 존재만으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산은 우리 후손들과 함께 누려야 할 공동의 자산이며, 이를 잘 가꾸고 보전하는 일은 현재를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라 할 수 있다.

산에 올라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은 시기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평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옛 선인의 말씀을 새기며 소중한 우리의 산을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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