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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어느날, 76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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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어느날, 76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 중앙매일
  • 승인 2021.10.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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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 공주경찰서장.
심은석 공주경찰서장.

무덥고 긴 여름이었다. 강렬한 햇빛에 농산물은 탐스럽게 여물었다.

해질녘 팔순을 바라보는 구부러진 할머니가 마을 어귀 큰길에 이어지는 진입도로에 고추를 널었다. 비닐을 바닥에 깔고 뜨거운 콘크리트 열기와 햇빛에 빨간 고추를 널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할머니는 고추 두 가마니가 도난당한 것을 알고 깜짝 놀라신다.

비닐 채 말아서 떠난 자동차 바퀴 자국만 선명하다.

온 여름을 고단하게 인내한 빨간 고추였기에 할머니의 상한 마음은 고추보다도 맵고 가슴 텁텁했다. 혹시 누가 다시 갔다 놓을까?

막연한 기다림으로 오랫동안 마당을 쳐다본다.

삼 십여년 전 천안에서 근무할 때, 소도둑이 극성을 부렸다.

지금처럼 적외선 감지기나 CCTV가 없던 시절이었다.

밤마다 소를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심야에 차를 대고 소 우리 밑동을 조금 뜯어내고 실어갔다.

당시에 천안, 아산 서북부권, 성환, 직산, 둔포 등지에는 축사가 많이 있었다.

소 한 마리는 경제적으로 따질 수 없는 정든 가족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대부분의 축사는 범죄의 표적이 됐다.

심야에 절취한 소는 새벽에 도축돼 사라지니 수사의 단서를 찾기도 힘들었다.

며칠 동안 잠복과 탐문 수사로 소 전문 절도범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전국을 종횡 무진 하는 광역 전문 절도범들이었다.

빠른 계절의 변화 속에 하늘은 가을로 가득 차 있다.

공주는 벼농사 작황도 좋고 밤 등 특산물과 축사도 많다.

경찰에서는 절도 예방에 노력 하지만 농가별로 피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농산물은 쉽게 현금화할 수 있고 방범이 취약하다 보니 도둑들이 노린다.

영농조합이나 규모가 큰 농산물 생산 단지에는 튼튼한 울타리와 자체 방범 시스템 등 절도예방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만 소규모 농가나 독거노인은 절도범의 표적이 되기 쉽다.

순박한 마음으로 농산물을 방치하여 쉽게 도난당하기도 한다.

보릿고개와 먹거리가 귀한 시절, 부뚜막에는 밥을 한 사발씩 넣어 두고 누구든지 배고픈 사람이 와서 먹어도 된다는 따뜻한 정이 흐르던 시대도 있었지만, 농축산물에 대한 절취행위는 범죄이고 그 피해가 크다.

마을 이장단을 중심으로 정례적인 대책 간담회나 자율방범대, 새마을회, 부녀회, 노인회등 마을별 농산물 절도 예방에 신고체제가 필요하다.

농산물 절도와 추수철 현금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범죄도 많이 발생한다.

대출금리를 싸게 해 준다거나, 피해자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거나, 피해자의 신용카드가 무단히 사용되었다고 무차별 문자나 전화로 선량한 농민을 우롱하는 사기범이 곳곳에 있다.

농축산물 절도와 금융사기, 보이스 피싱 사기를 예방하는 경찰과 주민의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

치안 협력과 관심, 범죄 예방과 홍보 그리고 과학적인 장비를 통해 범죄는 반드시 단죄되고, 범인은 반드시 검거된다는 믿음을 주도록 적극적인 예방, 검거 활동이 필요하다.

내일은 제 76돌을 맞이하는 경찰의 날이다.

조국 광복과 함께 태어난 공주경찰은 전쟁과 배고픔, 산업화와 민주화의 고비고비에서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치안 질서와 봉사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

건국 과정의 혼란을 수습하고 건국의 초석이 됐던 건국 경찰이었다.

그리고 6. 25 전쟁을 이긴 호국 경찰이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 기적을 산업화 시대의 민주경찰이었다.

이제 국민의 애증속에서 속으로 눈물과 아픔을 닦아내며 성장했다.

세찬 민주화의 물결이 흐르도록 강둑처럼 역할을 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잘살아 보자는 국민적 공감을 용틀임하게 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고도 경제 성장속에서 아픔과 갈등을 조정하면서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으도록 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오랜 세월 한마음으로 공주경찰을 성원해 주신 공주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민주화와 고도성장과정의 그늘 속에서 어려움과 잘못도 있었겠지만, 굳건한 법질서 속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경찰관들에게 박수를 보내 주시면 좋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믿음과 칭찬, 배려와 존중, 신뢰와 원칙, 법치와 질서라는 사회자본이 더욱 커지면 좋겠다.

경찰의 길은 어렵고 고단하다. 그래서 경찰에 투신했다고 말한다.

이웃이 편히 쉴 때 은은한 달빛처럼 골목길을 누비며 범죄와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아무리 위험하고 두려운 사건 사고의 현장이라도 뛰어들어야 한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범죄와 사고로부터 주민들의 안전과 안심을 보장하고 흉악한 범죄자를 검거해 추가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

금년은 책임 수사와 자치경찰의 원년의 해, 변화와 개혁의 거친 파고를 잘 넘어가고 있다.

내년도 더 멋진 대한민국 경찰의 미래를 기대하며 76주년 경찰의 날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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