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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negative)선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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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negative)선거 전략
  • 중앙매일
  • 승인 2021.09.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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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음화 영상 또는 잠상을 포착하기 위해 제작된 생필름으로 촬영용 원본 필름. 보통 네거(nega)라고 줄여서 말한다.

그 외에도 감광은 되었으나 현상되지 않은 생필름, 또는 현상되어 음화 현상이 기록된 필름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선거철 유세 현장은 그야말로 다양한 군상의 국회의원 지망생과 유권자들을 만나는 민심의 바로미터다.

오로지 팬심 하나로 생업마저 포기하고 자기 돈 들여 후보를 따라 유세 현장을 누비는 지지자들. 지나가는 초등학생에게도 머리 숙여 인사하며 "집에 가서 어른들께 기호 ○번 찍으라고 말씀드려라.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는 후보들.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것이구나 싶어 단상 위의 후보들이 웃고 있어도 한편은 짠하다.

후보들은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자기가 살 수 있기 때문에 죽기 살기 각오로 선거에 임한다. 그중에는 후보로 이름을 올려 선거 레이스를 완주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는 것 자체에 만족하고 이로써 평생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벼랑 끝 투혼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쟁터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싸움 방식을 잘 선택해야 한다.

전장에 나갈 때 기본 무기는 뭐니 뭐니 해도 정책 공약이련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것은 '의혹'과 '폭로'이다.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진흙탕싸움을 자초하는 일명 물귀신 작전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들이 빵빵 터졌고 이런 네거티브전에 대비해 각 캠프에서는 미디어를 담당하는 공보단을 꾸린다. 공보단은 선발대 역할을 하는데 돌발 상황에 즉각 대처하고 필요하면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수비까지 하는 첨병 역할을 도맡는다.

이때 주로 언론을 적극 활용한다.

캠프는 언론을 매개체 삼아 상대방과 공방을 주고받는다. 의혹이 터지는 곳도 언론이고 해명할 수 있는 통로도 언론이다. 상대를 공격하는 이유는 상대에 대한 '부정'을 통해 자신을 향한 '강한 긍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게는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 좋은 전략도 없다.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이런네거티브 전략은 극에 달한다.

상대 후보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네거티브 전략은 유권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거짓이 대부분인 흑색선전들이 난무하다 보니 선거가 이미 끝난 후 뒤늦게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대 후보를 철저히 무시하는 방법으로 꿋꿋하게 선거일정을 마치는 후보도 있다.

주로 정치 신인과 3선 이상의 중진급이 맞붙었을 때 이런 작전을 쓴다.

대부분 후보들은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공약보다는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신뢰성을 심어준다.

실현 가능성 제로인 공약으로 괜히 매니페스토실천본부나 시민단체의 공격을 받느니 무난하게 가자는 전략이다.

그래서인지 굵직한 지역사업뿐 아니라 어지간한 공약들은 거의 겹친다. 일종의 '묻어가는 전략'이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데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은 단 1할에 불과하지만 격전지의 경우라면 1할도 크게 작용될 수 있다. 그래서 초박빙의 지역구는 후보들의 공약이 형제자매처럼 닮아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유권자의 현명한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우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얼굴 가득 인상 쓰고 주먹을 휘둘러가며 소리 질러 유세하는 후보, 동원인지 자발인지 모르지만 주최 측이 나눠준 플래카드나 보드 하나씩 들고 후보 유세 끝말에 맞춰 박수 치는 관중들의 모습이 익숙하다.

오늘날에는 선거법상 이행할 수 없는 후보자 사진을 첨부한 홍보 달력, 문맹자가 다수였던 유권자를 위해 후보자 기호를 쓰지 않은 선거 포스터 등 귀중한 역사적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곳에 가면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앨버트 고어 후보가 총 투표에서이기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져서 조지 부시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게 된 사례, 간선제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 흑인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의 사례, 과거 포퓰리즘의 어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의 이야기를 신명순 교수의 친절한 설명으로도 들을 수 있다. 

이제 내년 3월 우리모두에게 그 과제가 주어졌다.

소중하고 엄중한 주권행사를 해야하지 않을까? 또 생각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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