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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드는 학교, 우리가 만드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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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드는 학교, 우리가 만드는 대한민국
  • 중앙매일
  • 승인 2021.07.2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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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초빙교수 박기령
박기령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초빙교수.
박기령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초빙교수.

 “oo 초등학교 4월 주제는 ‘친구를 이해하자’입니다. 모두가 실천할 수 있도록, 잘한 학생에게 상품을 주기보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치겠습니다”.

 “oo 중학교 3월 주제는 ‘새 학기에 적응하기’입니다. 구체적으로, 모둠을 짜서 모둠 친구들끼리 월 1회 친교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의견들은 선생님들의 의견이 아니다. 학교 임원 학생들이 ‘학생회 회의 하는 법’을 배우면서 내 놓은 주장들이다. 참으로 논리적이고 지혜롭지 않은가? 

 선거관리위원회 초빙교수로서 민주시민교육 수업을 할 때, 이처럼 아이들의 깊이 있는 의견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학생회 회의는 학교의 구성원들이 모여 중요한 의제를 정하고 실천방법을 논의하는 그야말로 민주주의 체험의 장이다.

그래서 내가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할 때 학생회 회의에 관한 교육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이다. 처음에  학생들은 3월과 9월, 새 학기에 임원으로 뽑혀 리더가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학생회 회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담당 선생님조차도 낯설어 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나는 학생들에게 ‘학생회 회의를 왜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를 설명한 뒤, 학생들이 실전처럼 회의를 하도록 돕는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며 손들기를 주저하던 학생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의견을 활발하게 펼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서로 발표하려 손을 들고, 상대의 의견에 논리적으로 반대의견을 내기도 한다. 하나의 의제를 결정하기 위해 토론을 벌일 때는 다양한 생각이 오고 가느라 회의 시간이 초과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매번 발견하는 사실은, 학생들이 절차에 익숙해질수록 적극적으로 회의에 임한다는 것이다. 수업 초반에는 공식적인 회의를 낯설어하고 장난치던 아이들이, 회의하는 법을 배우고 실제로 연습을 하면 갈수록 국회의원 못지않은 진지함으로 회의를 이끌어 간다.

이런 학생들이 만드는 학교는 얼마나 활기차고 역동적인 모습일까?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실천하는 민주주의는 또 얼마나 멋질까?
  해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중등학생대상으로 미래유권자로서 민주주의와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토론을 통한 민주적 리더십 함양을 위한 ‘민주주의 선거교실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민주시민교육을 매년 신청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한 번도 신청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격차는 그사이 점점 더 벌어진다.

학교의 적극적인 응원 없이 학생들 스스로 의지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회를 얻는 학교의 아이들은 눈빛부터가 다르다.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하죠?”가 아니라 “저희가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런데 아쉽게도 학생회 회의와 학급 회의가 전반적으로 중·고등학교에서 횟수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학업과 입시 앞에 민주시민교육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그 사이 유권자 나이에 가까워져가는 학생들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잃어간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 민주주의 체험이 희미해진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과연 올바른 투표와 시민의식을 요구할 수 있을까?

우리는 민주시민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상식과 원칙에 기반한 민주시민정신을 자연스레 접하게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만드는 학교’를 경험한 아이들이 ‘우리가 만드는 대한민국’의 주체로 발돋움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우리 사회도 함께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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