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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커다란 축복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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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커다란 축복을 받다.
  • 중앙매일
  • 승인 2020.12.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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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80세 노객의 성탄전야

-세종시 안희창-

 

 

지난 24일 12시 조금 넘어서 세종시에서 거주하는 필자는 대전 송촌동 선비마을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타고 동춘당근처 송촌지구대를 찾았다.

사연인즉 20여분전 노선 314번 시내버스를 타도 동춘당 종점에서 짐을 하나 두고 내렸는데 찾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타고 온 버스는 노선버스 314번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택시기사는 거리가 멀어 택시비가 무척 많이 나올거라면서 우선 가까운 지구대에 가서 도움을 받아 보는게 좋지 않겠냐고 하면서 송촌지구대 앞에 내려주었다.

고마웠다. 대부분은 숭객이 원하는대로 갈텐데 말이다 지구대 앞에는 마침 순찰을 마치고 들어노는 순찰차가 있었다.

경찰에게 다가가 상황설명을 하고 물건을 어떻게 찾을수 있겠냐며 물었다. 경찰은 우선 동춘당 종점에 가보자고 했다.

 그 버스가 아직 거기 서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순찰차에 동승하고 가보니 그버스는 아니고 다른 314번 노선버스 한 대가 출발 대기하고 있어 그 버스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버스기사는 여기서 대기하는 시간이 5-10분정도이고 20분전 출발 한참 운행중으로 나름대로 그 시간대를 추적하며 이리저리 통화를 했다.

몇 분 후 그 버스기사와 통화가 됐고 물건을 잘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기사는 출발 시간이 다되었다며 경찰의 물음에 몇 마디 넘겨주고 떠났다.

경찰은 그 기사에게 받은 정보를 가지고 함께 지구대를 갔다. 경찰은 버스는 지금 너무 멀리 가 있고 종점가서 물건 찾아온다는 것도 너무 먼 거리여서 여기로 오는 버스에 옮겨 받아 가져다 주면 좋겠다면서 잠시 기다리라 했다.
결과는 물건이 실린 버스 기사가 중간에 다른 노선 버스와 교대하게 되어있어 불가능하다며 오월드 종점 부근의 오월드 식당에 맡겨놓겠다고 했으니 거기가서 찾을 수 밖에 없다면서 건네주는 버스기사와 식당 전화번호를 받아들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올라 식당에 전화해보았으나 그런 물건이 없다고 했다. 난감한 상황 이었다.

사실 잃어버린 그 물건은 만두소이다. 별 건 아니지만 며칠전 수원에서 이사 온 처형내외 집을 처음 방문하며 코로나로 인해 90가까운 노부부와 식당을 찾기도 그렇고 해서 전 날밤 늦은 시간까지 준비한 만두소다. 가족들과 함께 만두를 만들어 점심만찬으로 성탄의 기쁨을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다.

종점으로 가는도중  필자의 사연을 들은 버스기사가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면 누군가 물건을 가져다 드릴꺼라는 버스기사의 설명을 듣고 정거장에 하차하니, 버스회사 총무과 직원(?)이라며 달려와 짐을 건네고 314번 버스가 방금 갔는데 뒤쫓아 보자며 자기차에 탑승하하라 했다.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4거리 신호 대기 중이던 버스기사에게 운전자가 신호하여 그 다음 정거장에서 그 봇다리를 들고 극적으로 탑승하여 귀가할수 있었다.

별거 아닌 만두소 보따리를 찾기 위해 릴레이식으로 연결되는 드라마 같은 상황에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송촌동 지구대를 소개해 준 택시기사님부터 송촌지구대 순찰차 경찰관님 그리고 동춘당 종점에서 분실물을 확인해주시고 정보를 주신 314번 노선버스 기사님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오월드방향으로 가면서 물건을 중간에서 돌려받게 해주신 2252번 권정기사님 물건을 승용차로 하차지점까지 운반해주신 총무과 직원(?)님 감사합니다.

그 날 온가족이 오순도순 돌아앉아 드라마같던 오늘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우며 만두를 빚어 점심도 저녁도 아닌 크리스마스 이브의 만찬을 즐길수 있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 모두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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