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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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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
  • 중앙매일
  • 승인 2020.11.0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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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적으로는 보통 9∼11월을 가을이라고 하나, 천문학적으로는 추분(9월 23일경)부터 동지(12월 21일경)까지를 말하고, 24절기상으로는 입추(8월 8일경)부터 입동(11월 8일경) 사이를 일컫는다.

그러나 기온 변화의 추이로 본 자연계절은 매년 달라지는데, 대체로 일최고기온이 25℃ 이하로 내려가는 초가을, 일평균기온이 10∼15℃이고 일최저기온이 5℃ 이상인 가을, 일평균기온이 5∼10℃이고 일최저기온이 0∼5℃인 늦가을로 세분된다.

이때는 가끔 집중호우가 내리거나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이 내습하기도 하여, 결실기에 접어든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기도 했었다.

때때로 첫서리가 너무 빨리 내릴 때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11월 중순 이후부터 기압골이나 한랭전선이 한반도를 통과하면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리게 되고, 뒤이어 대륙의 차가운 고기압이 확장해 나오면서 기온은 급격하게 내려가고, 겨울이 성큼 다가오게 됨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 피는 꽃은 봄·여름에 비해 그 수가 적다. 무궁화의 꽃은 여름부터 피기 시작하지만 역시 가을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궁화를 추화(秋華)라고도 하는 것은 이 꽃이 가을의 맑은 하늘에 어울린다는 것을 뜻함이다.

감나무는 아름다운 단풍과 수없이 열리는 열매로 우리 나라 마을의 가을 풍경을 대표한다. 주로 남부 지방에 많으며, 마을 나무로 심어져 열매의 식용 가치 외에 아름다운 풍치로서의 가치도 크다. “오동나무의 잎이 떨어져 가을이 온 것을 알게 된다.”는 시의 한 구절은 쓸쓸하게 저물어가는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단풍나무는 우리나라 가을산의 대표적인 나무로, 설악산·내장산의 단풍이 특히 유명하다.

또한, 우리나라 가을을 상징하는 나무로 빼놓을 수 없는 은행나무가 있는데, 대부분이 나이가 많고 큰 나무이다. 그 가운데 장수하는 것은 대개 암나무로서 은행이 많이 열려 식료품으로서의 구실이 크다. 국화는 가을과는 뗄 수 없는 꽃이 아닌가 시나 그림의 소재로 이루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국화주는 별미로 알려졌다. 무·배추가 뽑히고 부인들이 김장 준비를 서두를 때가 되면 기러기 떼들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가을 달은 네 계절 중 가장 맑고 청량한 느낌을 주며, 때 맞춰 부는 바람도 소슬하여 청량감을 더해 준다. 이 때에 내리는 비는 더욱 처연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 이런 비애의 분위기가 초목의 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가을이 환기하는 비애감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장군 이순신(李舜臣)의 ‘한산도야음 閑山島夜吟’은 “바다에 가을이 저무니 기러기 떼 높이 날아가네. 밤새 시름으로 뒤척이니 새벽달이 활과 칼에 어려라(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憂心轉轉夜 殘月照弓刀).”라 하여, 장수로서의 우국충정을 가을의 이미지에 실어 표현하였다. 나라를 근심하는 것도 가을의 쓸쓸한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가을은 또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어서 월동 준비가 특히 강조되었다. 가을에 거둬들인 것을 갈무리하는 것은 농경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로서, 김장을 하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땔나무의 마련도 가을에 해두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천자문의 배열이 ‘가을 추(秋), 거둘 수(收), 겨울 동(冬), 감출 장(藏)’으로 되어 있는 것도 그러한 생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을에 모두가 풍요롭고 마음 편한 계절이 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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