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서 쌓아 올린 평판 잘 이어가야
“우리나라는 건물을 빨리 짓는 건 잘하는데 막상 건물이 올라가고 나면 사후관리에는 좀 약하다”고 하는 것이 이번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의 말이라고 한다. 지난해 9월 피츠버그의 3차 G20정상회의에서 올해 11월 서울정상회의가 확정됐을 때 정부 주요 인사들은 귀국 비행기에서 만세를 불렀고 그 후 정부의 정상회의 준비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최고의 인력과 예산을 투입했고 정치적으로도 강력하게 힘을 실어줬으며 그 덕분에 성공적으로 서울회의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를 뽑아 고된 합숙훈련 끝에 국제대회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으면 그 평판을 잘 이어가야한다는 것이다. 엘리트 체육의 힘으로 반짝 좋은 성적을 냈지만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회체육의 힘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G20으로 얻은 지적자산을 사회저변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학계와 연구자의 민간 네트워크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빨리 지은 건물, 사후관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는 글로벌 지배구조가 바뀌고 있는 시기인 만큼 개도국입장이 지속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G20정상회의에서 얻은 경험과 다음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이 G20정상회의 의장역할을 하면서 “개도국의 맏형으로서 신뢰를 쌓고 선진국엔 말하면 통하는 나라라는 평을 얻었다”며 “건국이래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서 이런 신뢰를 받은 적이 없는 만큼 정직한 중재자 지위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백번 틀린 말이 아니다. 개도국 맏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일깨운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공무원 조직 그 자체
G20을 경험한 공무원의 인적?지적 자산을 잘 살려나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을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원 조직 그 자체였다고 한다. 문제점은 “행시 기수별로 자리를 이어가는 관행과 순환보직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희망하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 등 시스템적인 지원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G20을 비롯한 국제경제 이슈를 관리하는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부에 국제금융국이 있지만 현안이 워낙 많아 G20 이슈만을 전담하기는 힘들다며 국제 금융국을 국제금융실로 확대 개편하거나 G20의제를 관리하는 기획단 등 별도의 조직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G20정상회의 같은 엄청난 행사를 치르고 난 뒤 꿈같은 생각도 지워버릴 수 없을 것이다. 과거 같으면 ”언감생심“ 생각이나 했었겠나. 그 동안 우리나라가 고통을 딛고 일어서며 피나는 고생을 한 보람과 이명박 대통령의 기업경영마인드가 잘 맞아 떨어져 G20정상회의를 우리가 유치하고 의외로 깔끔하게 치러낸 성공담이 보다 많은 미래희망을 갖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현실이라는 사실 앞에 한층 마음을 다잡아 더 많은 희망을 바라게 되는 것은 이 단계에서 한 걸음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명실상부하게 개도국의 맏형 노릇을 하면서 머지않아 가장이 되는 포부를 펼쳐야 한다. 그러자면 하나에서 열까지 높은 품격의 국가와 국민위상을 배양하는 것이다. 글로벌코리아 비전의 선포가 잘 어울리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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