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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0여년 만에 돌아오는 규장각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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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0여년 만에 돌아오는 규장각도서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10.11.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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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보기 드문 걸출한 인간이다. 명치유신을 거쳐 일본의 위세를 크게 부각시킨 사람이지만 한국의 안중근의사 총에 맞아 죽었다. 청일전쟁, 노일전쟁을 수행하고 한일합병을 주도하여 초대 한국의 통감이 되었지만 1909년 만주일대를 돌고 있을 때 안중근의사는 하얼빈역에서 그를 쏘아 죽였다. 그때 일본의 만행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러시아와 싸워 이긴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섬나라 야만족으로 문명에 뒤진 일본이 백제를 통해 유교문화를 전수받았지만 문명의 갈증은 한국의 문물을 방치하지 않았다. 그 전에도 한국의 도예기술을 빼가고 한국의 장인들을 강제로 끌어다가 문화 찬탈을 일삼은 일본이 한국의 왕실 학문연구기관인 규장각 도서를 “한?일관계상 조사 자료로 쓴다”는 명목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싹쓸이를 해 간 것은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천인공노할 죄업을 지은 일본은 한국문화 말살을 위해 온갖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규장각본 33종 563책 등 1028책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 일본총리는 지난 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의에서 일본 국내청 소장 조선왕조의궤와 규장각 반출도서 등 150종 1205책 반환에 합의했다. 양국 외무장관도 배석해 “도서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협정”에 서명했다. 일제강점 100여년 만에 이루어진 규장각도서반환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편 생각하면 서글프기 짝 없는 약자의 고민이 비로소 풀리는 아이러니다. 1776년 조선 22대 정조임금때 설치된 규장각은 학문이 깊은 신하들을 모아 경사를 토론케하여 정치의 득실과 백성의 어려움을 살피게 하는 데 있었다. 또한 문교를 진흥시키고 타락한 당시의 풍습을 순화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관원으로는 직제학 등 검서관이 있었고 조선후기의 문물을 불러일으킨 중심기관으로 많은 책을 편찬했으며 여기에는 실학자와 서얼출신의 학자들도 채용되어 명실 공히 차별 없는 학문의 전당이었다. 갑오개혁때 폐지되었으며 한?일 합방 후 규장각장서는 조선총독부가 접수하여 일인들이 마음대로 했다. 이번에 돌아오는 도서는 81종 167책, 규장각 반출도서 66종 938책,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 대전회통 1종 1책 등이다. 의궤 등은 지금껏 수차례 실체가 공개됐으나 규장각도서가 돌아온다는 것은 반환협상이 현실화 되고서야 비로소 알려졌다. 11종 90책은 1965년 한?일문화 재협정에 따라 반환된 바 있다. 이번에 잔여분 66종 938책이 모두 돌아온다.

현재로선 책의 목록만 파악

현재로선 책의 목록만 파악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학술적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협상에 참여한 교수는 제목으로 대략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책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며 반환도서의 문화재적 가치보다 일본의 태도가 바뀌어 우리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게 됐다는 점을 더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발표 목록 중에는 조선중기 문신이자 선조의 사위였던 신익성(1588-1644)이 남긴 「경세보편」이 주목된다고 한다. 고대부터 한국의 역사를 정리한 책으로 조선역사서에 많이 인용됐는데 그 실체를 처음으로 파악하게 됐다고 하며, 실물이 처음 확인된 경세보편완질 총 17책을 갖추게 된 영남인물고 등은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사료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9세기 세계가 강자의 논리에 유린되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쇄국주의에 휘말려 외세의 침투를 방어하지 못하고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수난을 겪었다. 조국 광복과 더불어 먼저 손 씻어야 할 빼앗긴 문화유산을 되찾는 일에 소홀했던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남북이 대치된 상태로 우선순위에 둔감해진 것도 문제지만 국내 정국의 혼돈상태가 반드시 선행해야 할 일들에 대해 무감각한 것도 지적사항이 아닐 수 없다. 늦게라도 돌아오는 문화유산을 제대로 챙기고 아직도 미흡한 것은 없는지 두루 살펴야할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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