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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병의 낡은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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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병의 낡은 모자
  • 중앙매일
  • 승인 2020.01.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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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서부보훈지청장 이동희

설 명절을 앞두고 국가보훈처 위탁지정병원인 홍성의료원을 찾아 병마와 싸우고 있는 국가유공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였다.

그 가운데 한분은 올해 96세를 맞는 고령의 6.25참전유공자로 기력이 쇠진하여 말은 할 수 없었으나 보훈청이라는 글씨를 눈으로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미소와 함께 손뼉을 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옆에서 간호하던 딸에게 눈으로 말을 하자 따님이 한 번에 알아듣고 옆에 있던 모자를 어르신한테 건네주었고 어르신은 애써 자세를 바로하며 모자를 쓰고 경례를 하셨다.
그 모자에는 작은 글씨로 6.25참전유공자라고 쓰여 있었다. 고령의 힘든 몸으로 병마와 싸우면서도 6.25참전유공자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신 분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단지 그냥 낡은 모자에 불과하겠지만 그 어르신한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목숨이나 분신과도 같은 가장 소중한 것으로 보였다.

6.25참전유공자 분들은 뵐 때마다 항상 해맑게 웃으시고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그 시절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다시 헤어질 때는 6.25참전유공자분들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듦을 보게된다.

금년은 6.25전쟁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로 70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6.25참전유공자분들의 평균 나이가 90세에 이르렀다.

90세의 고령이다 보니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하시거나 아니면 각종 질환으로 집보다는 병원을 찾는 횟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환절기나 겨울철이 되면 감기나 폐렴 등으로 병원을 더 자주 찾곤 하시는데 이번 설날에는 부디 쾌차하시어 가족들과 같이 즐거운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호국 영웅이신 6.25참전유공자분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70년 전 위기에서 우리나라를 구하시고, 또 살아오시면서 극심한 가난과 격동의 세월을 극복하셨으며, 국가유공자의 명예를 드높이신 분들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행복, 물질적 풍요는 모두다 6.25참전유공자 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6.25전쟁 제70주년의 해를 맞아 우리는 당시 수많은 전투에서 산화하거나 혁혁한 공을 세우신 분들의 그 불굴의 용기와 투혼을 가슴깊이 되새기고, 그 숭고한 정신을 후세에 길이 기억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 분들의 희생과 공헌으로 지켜졌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들이 보여준 그 정신과 그 날의 쓰라림을 잊지 않고 지켜 나가는 것이 후손된 우리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6.25참전유공자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예우하는 것, 즉 제대로 된 보훈이야말로 국민들의 애국심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부에서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정부차원의 격조 높은 추모·기념행사를 거행하고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는 감사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각종 행사가 국민통합의 장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96세의 노병이 낡았지만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는 6.25참전유공자 모자와 같이 그 분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존경하며 최대한의 예우를 하는 것이 후손된 우리 모두의 책무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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