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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土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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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土地 ]
  • 정광영 기자
  • 승인 2019.03.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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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사진

총 5부로 제1부는 1969년 9월부터 『현대문학』에, 제2부는 1972년 『문학사상』에, 제3부는 1978년 『주부생활』에, 그리고 제4부는 1978년 『월간경향』, 1983년 『정경문화』 및 『마당』에, 제5부는 1992년 9월 1일부터 『문화일보』에 연재하여 25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1973년 나온 제1부 서문에서 “내게서 삶과 문학은 밀착되어 떨어질 줄 모르는, 징그러운 쌍두아(雙頭兒)였더란 말인가”라고 고백하고 있는데, 암이라는 지병과 싸우면서 이룩해 낸 근대 우리문학의 걸작이다.
「토지」 제1부는 1897년부터 한일합방까지 경남 하동 평사리라는 마을을 무대로 최참판 일가와 그 마을 농민들의 생활상를 다루고 있다. 최참판댁의 비극적 내력, 최지수의 죽음, 전염병(호열자)의 창궐과 윤씨부인의 죽음, 최씨집안의 재산을 탐내는 조준구의 음모, 윤보의 의병 가입과 서희, 임이네의 간도 이주 등 우리 근대사의 암울했던 시기를 파노라마식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외세의 침략→왕권의 붕괴→양반계급의 몰락→악질친일세력의 대두→가혹한 농민수탈→농민이산의 역사적 과정을 민중(농민)의 시각에서 조명한 것이다.
제2부는 1911년부터 6~7년간 간도의 용정지방을 배경으로 최서희·김길상·이용·김영팔·월선이·임이네·김훈장·이상현 등의 간도생활과, 이들보다 먼저 간도에 와서 독립운동에 가담한 이동진과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김두수 등의 생활이 서술되어 있다. 간도에서 전개되는 인물들간의 사랑과 배신과 갈등이 농토상실, 유교적 이념쇠퇴와 근대시장 형성, 항일투쟁 등의 역사적 배경 하에 전개된다. 제3부는 최서희 일행이 간도로부터 고향으로 돌아간 다음 1919년 가을부터 1929년 광주학생운동까지를 서술하고 있다.
그 서술대상은 크게 네 부류인데 첫째, 평사리와 진주를 중심무대로 삼고 있는 최서희와 그 주변인물의 삶, 그리고 이상현과 교우관계에 있는 서울을 무대로 삼고 있는 지식인들의 삶, 셋째, 김환·혜관스님 주축으로 지리산 이남에서 활약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생활, 마지막으로 길상이와 공노인의 활동무대인 간도와 만주 망명객들의 생활상이다. 제4부는 1930년에서 1938년까지 항일 독립운동이 조직적으로 가열되고 일본군국주의의 식민지 지배가 노골화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서울·도쿄·만주를 활동무대로 지식인들의 행적, 그리고 하동·진주·지리산·만주를 연결하여 형평사운동과 항일운동에 투신하는 크고 작은 인물들의 활약을 파노라마식으로 그린다. 여기에서 한과 생명의 사상, 휴머니즘과 도덕적 민족주의 철학이 심화되고 그것이 민족 모두의 것으로 승화된다. 제5부는 1940년부터 1945년 광복을 맞이하기까지 서울·간도·진주·일본·하동 등지를 무대로 펼쳐진다. 일제말기 징병과 학병, 정신대 등의 일제의 폭압적 상황과 패망의 조짐이 짙어가는 가운데 벌어지는 인물들의 좌절과 극복, 절망과 승화, 한과 희망을 다루고 있다.
「토지」는 우리의 근대사를 민초들의 생활상을 통해서 그렸다는데 점, 그리고 신분질서의 와해와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겪는 백성들의 수난사를 거대한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 재현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토지」는 토착적이고 전통적인 세계에 대해 뜨거운 애정을 보이면서도 근대적인 것 앞에서 몰락해 가는 군상들을 냉철하게 묘사하고, 우리의 역사를 민중주체적 시각에서 담아내고 있다. 박경리는 “글을 쓰지 않는 내 삶의 터전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는데, 「토지」를 통해 작가 박경리의 본질을 향한 끊임없는 탐색과 글쓰기에 대한 정성을 엿볼 수 있다. 「토지」는 강렬한 민족애와 역사의 문학적 형상화, 토속어의 구사, 인물의 생생한 묘사 등으로 우리 근대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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