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00:25 (월)
[특파원칼럼] 미국인들은 요즘 어떻게 사나?
상태바
[특파원칼럼] 미국인들은 요즘 어떻게 사나?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08.07.10 0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워싱턴=최철호 특파원

한국도 정치·사회분야 상황이 어렵고 분주해보이지만, 미국인들의 경우도 주변에서 돌아가는 상황이 오감에 불만족만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다. 우선 미국인들은 지금처럼 많은 돈을 주고 휘발유를 넣어본 적이 없기에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경제난의 고통이 상당하다. 오죽하면 주유권을 받으며 성매매를 하는 여인이 생겨날 정도일까.

게다가 살고 있는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과거에 오른 집값을 담보로 빌린 돈은 벌써 바닥 난 가구가 허다하다. 대학교 학비를 위한 융자가 끊겨 대학생을 둔 가구는 즐거운 마음에 학교 보내던 시절이 꿈같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거기에 의료보험문제와 사회보장기금이 바닥 날 지경이라 세금에 대한 본격적인 재고가 있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 키우고, 옥수수 가꾸며 잘 지내던 평야지역 미 중부 일대 주민들은 매년 이맘 때면 강우량 부족이라던 단골 기후패턴을 벗어나 이번엔 집 옆의 강물이 넘치면서 물난리를 겪고 있다. 더 멀리 떨어진 서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란 1000여건의 산불, 들불이 온 서부를 다 태울 듯 일어났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먹는 것에서도 탈이 나, 토마토인지 아니면 다른 채소에서 나온 것인지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식중독 환자가 양산되면서 먹거리도 조심스러워졌다. 싼 맛에, 게다가 고기가 들어있어 잘 팔리던 햄버거는 한국인들의 우려처럼 쇠고기 때문이 아니라 토마토 때문에 잘 팔리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끝이 나는지, 아니면 새로 시작하는 것인지, 모르는 가운데 숨진 군인들의 얼굴이 매번 신문 한페이지를 장식해 산 자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게다가 테러와의 전쟁을 한다는 미국이 세계 각국에서 조롱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어쩌다 외국에 한번 나갔다 온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밖에서 미국을 욕하는 사람들이 많으냐”고 푸념한다. 이들은 외국 방문 길에서 떨어진 달러화 가치 때문에 맘껏 돈도 쓰지 못해 상당한 욕구불만을 가지고 귀국한다.

‘프론티어’정신을 내세우면서 자연적, 인위적인 고난과 역경에 도전해가며 역사를 일궜다는 미국은 이제 그 정신의 뿌리마저 공격받을 만큼 수많은 난관이 주변을 꽉 에워싸고 있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오는 심리상황으로 주변의 모든 요소로부터 압박받는다는 느낌과 무기력증으로 미국민들의 심리적인 고갈이 경제적인 고갈 속도를 능가한다는 말도 들린다.

한국에서 모 정권 때 정치집단이 사용했기에 쥐약처럼 욕을 먹던 3S정책의 하나인 스포츠도 최근 미국에서 오욕이 난무한다.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 같은 인물의 지금까지 신성시되던 업적이 모두 약물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지적되면서 갑자기 스포츠영웅마저 잃었다는 보통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판국에 어느 여론조사 기관이 여론조사를 한들 좋은 대답이 나올 리 만무하다. 심리적인 공황을 하루에도 몇 번씩 느끼는 이들에게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간다고 보는가?”란 질문을 AP 통신이 던졌다. 당연히 답은 80%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오직 17%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도대체 누가 그런 긍정적인 대답을 했는가가 기사화 돼야 할 판이다.

아메리칸 대학 역사학과 앨런 리치먼 교수는 미국인들이 이와 비슷한 무력증을 느끼며 삶을 살았던 때가 몇 번 있었다고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1930년대 대공황 때가 그랬고, 1940년대와 1950년대 국내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대치할 당시도 국내외 상황이 그랬다고 한다. 또 1980년 이란 미 대사관 인질사건 당시에도 매일 방영되는 눈가린 인질 모습과 이란의 미국에 대한 모욕으로 TV 화면을 보는 미국인들은 당시 오일쇼크로 인한 인플레이션 여파와 함께 심리적인 고통을 적지 않게 겪은 것으로 지적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열리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분위기를 바꿔주는 일대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과연 호전될 것인가를 장담할 수 없는 없지만.

역사의 반복 패턴에서 미국인들이 느끼는 것은 더 이상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석유가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석유회사들에 대한 반감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