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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복합상가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 설계도서만 보관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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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복합상가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 설계도서만 보관했더라면...
  • 박종관 기자
  • 승인 2017.12.2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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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서 보관의 중요성 재인식해야 생명 구한다
▲ 사진은 청주주재 부장.

지난 12월 21일 충북제천 복합상가(노블 휘트니스앤스파)건물 참사가 66명의 사상자(사망 29명, 부상37명)를 내고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내린 비는 축복의 비가 아닌 슬픔의 비가 되었다.
소방대의 출동시간은 신고한 후 10여 분만에 현장에 도착 하였다. 아마도 골든타임 안에 신속히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출동 시간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 언론은 드물다.
이번 화재사고가 난 건물은 다중이용업소로 목욕탕과 스포츠센터, 식당 등이 함께 있는 시설물로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미로처럼 돼 있어 대피가 어려웠다고 한다.
가까운 동네 목욕탕을 생각해보자. 들어가는 입구에 조명이 어둡고, 물을 열면 커다란 신발장이 시야를 가린다. 대부분 ㄱ자 형태로 되어 있을 것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다시 커다란 개인 옷장이 있고, 그 옷장을 지나야 욕탕으로 들어가게 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미로형이 아니면 평면배치가 어려운 구조가 목욕탕의 구조이다. 공간은 한정적이고,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하여 가재도구나, 가구들을 미로형태로 배치하여야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사고처럼 비상구에 목욕탕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하여 설치한 세면도구 보관대가 문제가 되었듯 많은 목욕탕의 비상구에는 화재가 발생될 때 대피하는 공간이 아닌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적재하는 창고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큰 문제가 있다. 소방관이 도착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구조시간을 헛되게 보냈다고 한다. 특히 건물 설계도도 없어서 더 더욱 건물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상황판단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비단 충북 제천 복합 상가만의 일은 아니다.
안전진단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선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홍상희 안전진단팀 이사는 ‘관공서의 점검 및 진단업무를 하면서 설계 도서를 비치하거나 보관하는 관공서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준공한 지 20년 이상 된 공용청사(면사무소, 동사무소, 보건소, 경찰서 등을 칭함)의 경우 준공 때 납품 목록 중 제일 중요한 설계도서는 보관의 짐이 된다는 이유로 목록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선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홍상희 안전진단팀 이사의 주장이 선뜻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설계 도서 목록의 보관은 의무 사항이 아니냐는 질문에 홍 이사는 ‘ 설계 도서가 부피는 커서 책장에 들어가지 않고, 이 불편한 짐을 보관하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요?’라고 반문을 한다. 또 ‘제일 먼저 치워야 할 목록 중 하나인 것이 설계 도서라고 생각하는 담당자가 많은 것 같다.’는 혼잣말도 했다.
홍 이사는 ‘건축물의 장기 사용으로 인한 유지보수관리 차원에서 전등 교체, 인테리어, 내부 평면 변경 등 설계 도면이 있으면 빠르고 안전하게 시공이 이루어지겠지만, 도면이 없으면 다시 작성하여야 하는 등 이중으로 예산이 낭비될 수 도 있고, 정작 예산을 세워 설계도면을 작성해 주어도 다시 보관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아 설계 도면은 또다시 없어지고, 특히 최초의 설계 도면을 보관하거나 찾기는 정말이지 보물찾기 보다 어렵다.’고 말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화재로부터 안전한 건축물이 과연 얼마나 되며 그 누가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충북 제천 화재사고처럼 소방관이 설계 도서를 화재 발생 즉시 바로 찾을 수 있게 상시 비치해 두었다면, 그래서 건물 구조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파악 할 수 있었다면 적어도 1명 이상의 생명을 더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제라도 공용 청사 및 다중 집합 건축물의 설계 도서 비치 여부를 제대로 파악해 화재, 지진, 홍수 등 여러 위험 요소로부터 인명을 헛되이 잃지 않도록 관련 기관이 앞장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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