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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근본(根本)과 진실(眞實)을 바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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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근본(根本)과 진실(眞實)을 바로 보자
  • 이 량 기자
  • 승인 2017.12.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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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서병규 주필.

경찰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신창원(1982년에 소년원에 수감된 13번이나 탈옥을 했던 범죄자)이 잡히지 않았어야 했다는 말이나 대학 켐퍼스가 벤처산업의 요람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 등 모두가 근본을 바로보지 못한 것이긴 매한가지이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문화예술 따위는 등한히 할 수 밖에 없다는 지자체장들의 변(辯)도 역시 황당하다.
옛날 중국의 진나라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소문난 큰 부자(富者)가 강물에 빠져 죽었다. 사체를 찾지 못해 고심하는 가운데 며칠이 지난 후 건너 마을 사람들이 건져내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유족들이 황급히 그 마을로 달려가 시체를 넘겨 달라 말하자 그들이 큰 부자인 것을 안 마을사람들은 엄청난 금액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인애(仁愛)와 공평(公平)과 정직(正直)을 알기에 힘쓰라고 했는데......

난처(難處)한 유족들은 하는 수 없이 당대의 석학(碩學) 등석(鄧析 )선생을 찾아가 의논을 했다.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다 들은 등석선생은 “원 별걱정을 다 하는 군. 그냥 내버려 두시오. 당신네가 사지 않으면 그 시체를 그래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유족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소극적이 된 것을 눈치 챈 그 마을 사람들은 큰돈을 벌 기회를 놓치게 되지 않는가 하고 은근히 걱정을 하게 되었다. 별다른 방안을 강구하지 못한 그들도 유족들이 등석선생을 찾았던 것을 모른 체 그 선생의 지혜를 빌리기로 하였다. 역시 전후 사정을 묵묵히 듣고 난 등석선생의 대답은 지극히 태연하였다. “쓸 대없는 걱정들을 다 하시오. 그래 당신네가 끝까지 버티고 있으면 유족들이 다른 어느 곳에서 사체를 사다 장례를 모실 수 있단 말이오?”
중국 진나라 때의 역사책인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설화(說話)이다. 이 거래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쩌면 등석 선생만이 양쪽으로부터 푸짐한 사례금을 받아 큰 재미를 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에서 모든 사람들이 목표나 가치에 관한 것보다 수단이나 방법에 빠져 보다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를 그릇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일이나 문제의 본질적인 측면에 관한 깊은 반성이나 성찰(省察)보다는 능률적이고 효과적인 해결방법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위엄이 있고 성스럽게 진행되어야 할 장례(葬禮)가 돈 때문에 흥정과 거래(去來)로 얼룩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근본은 미루어둔 체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거나 덜 지출할 수 있을까 에만 집착(執着)하는 현실적 비극을 적나라(赤裸裸)하게 보는 것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은 인간의 취약성과 괴로움뿐만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 선(善)도 본다는 의미다. 나와 남을 근본적 수용(受容)을 통해 받아들일 때 나의 참된 본성을 덮고 있는 역할(役割)과 이야기와 행동 너머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것을 사랑할 수 있다.

사랑과 품성(品性)을 아는 대로 실천(實踐)하며 살라했는데..........  
     
현대과학(現代科學)의 놀라운 발전을 감안할 때, 과학 발전의 결과로 얻어지는 지식이나 기술의 객관성(客觀性)이나 몰가치성(沒價値性)이라는 것이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느껴진다. 돈만 잘 벌면 으뜸이라고 신지식인(新知識人)까지 되는 세태를 근본적 시각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무지(無知)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서로의 삶과 이어져 있고, 집착(執着)과 미움이 더 많은 소외와 괴로움을 가져온다는 진실을 모른다는 말이다. 즉 의식의 순수성과 나의 근본적인 선(善)을 표현하는 사랑의 능력을 모른다는 의미다. 매사(每事) 근본(根本)과 진실(眞實)을 바로 보는 눈을 갖는 게 인간다운 삶을 사는 바른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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