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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기계(機械) 취급을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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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기계(機械) 취급을 해서야
  • 중앙매일
  • 승인 2017.08.0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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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서병규 본사주필.

서인도 제도의 최대 섬 쿠바(Cuba) 공화국에서는 ‘개미와 매미’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우화(寓話)가 전래되고 있다. 겨울에 매미가 배고파서 찾아오자 “땀 흘리며 일할 때 넌 뭐하고 있었냐?”고 개미가 핀잔을 주자 매미는 되레 “열심히 노래해서 모두들 즐겁고 신명나게 만들어주었지!”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그러자 오로지 일밖에 몰랐던 개미는 깊이 반성하며 “그렇구나! 이제부터는 함께 춤추며 살자꾸나.!”라며 먹을 것을 서로 나누며 즐겁게 겨울을 넘겼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대도 최근 우리 사회의 각 기업이나 조직, 직장들에서 과로(過勞)나 기타 고통에 시달리는 구성원, 직장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업무량의 폭증, 불안감, 상호불신 등 부작용 커져                 

지난날 IMF 사태를 겪으면서 구조조정 혹은 경영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같이 구성원 수를 크게 감축 운영하는 과정에서 업무량의 폭증(爆增), 불안감의 가중, 상호간의 불신 등 엄청난 량의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하여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궁핍하고 어려운 기업환경이나 상황을 무작정 무리한 인력의 감축이나 노동력의 착취(搾取)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시도임을 적어도 이제는 바로 알이야 할 시점이다.
일본 혹가이도대학의 사카가미교수는 기업이나 기타 조직의 발전은 무리 없는 조직 관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과거 일본의 기업풍토는 평생직장이라는 오랜 미풍양속이 일반화하여 한번 사원이 되면 정년 때 까지 한 가족으로 공생공사(共生共死), 동거동락하여 왔으나 최근 미국식 경영이 급속히 도입돼 유행하면서 감원(減員)을 밥 먹듯 자해하며 사람을 마치 기계취급을 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그런 극단적 조치가 선진경영기법인 양 찬양을 받는 사태에 화의와 불만을 느껴 오던 그는 뭇 동물 중 근면성실의 상징이 되어 있는 벌들의 세계를 관찰, 놀라운 사실을 발견, 인간의 노동력 관리상 귀감으로 삼을 것을 주장한 것이다. 
그는 우선 정밀하게 관찰한 결과 벌들은 하루 6시간밖에 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6시간 일을 하는 것도 모두 다 한결 같은 것이 아니라 전체 벌들 중 20%만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그 많은 수의 벌 때 전체 80% 이상이 평소에는 한가하게 지내고 20%만이 열심히 일을 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 80%가 무용지물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평소 보충대의 대기병이 되어 쉬고 있다가 일을 하다 부상을 입거나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할 상황에 놓일 경우 즉각 보충병으로 투입이 된다는 것이다. 사카가미교수의 관찰에 의하면 이 열심히 일을 하는 20%의 벌들을 별도의 집단으로 분리시켜 놓으면 이 중에서 다시 80%정도가 빈둥대는 무위도식의 집단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소수 정예 선호에 80%의 무시, 천대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보면, 수년전까지만 해도 일본식경영이 가장 바람직하다 해서 인간위주, 인간중시의 기업문화가 지배적이었지만 그 이후 시간이 흘러 우리의 IMF 사태를 겪으면서 목전의 효율성, 생산성, 수익성만을 평가척도로 삼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아래 감원, 명퇴, 해고(解雇), 감축을 유일한 생존수단이라 주장을 하며 무차별 강행을 해 온 게 사실이다. 사카가미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소수정예만을 선호하고 나머지 80%를 무시하거나 천대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단기적 효율은 올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망하고 만다는 주장이다.
전례 없이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이유로 무차별 인력감축 혹은 노동력 착취의 황포로 조직관리 상 치유불능의 파국을 맞는 안타까운 상황을 보면서 합리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지 동물의 세계에서나마 지혜를 빌어보자는 의도에서 혹가이도대학 사카가미 교수의 주장을 소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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