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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상부의 지시 따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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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상부의 지시 따르지 말라
  • 송대홍 기자
  • 승인 2017.01.19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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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송대홍 태안부국장.

『목민심서』는 조선시대 공직자들이 지키기를 희망했던 공무지침이 열거된 성경 같은 책입니다.  공직자라면 꼭 한 번은  읽어보고 공무원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국민을 위해서는 어떻게 행정을 펴야 하는가를 참으로 치밀하게 기술해 놓은 책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법을 지키지 못하고, 정당하게 행정을 펴지 못한 이유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을 당해 직무가 정지되어 있는 혼란한 시국에 처해 있습니다.  대통령도 공직자의 한 사람이고,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일하는 참모들 또한 공직자들임에 분명합니다. 그들이 제대로 공직을 수행하고 정당하게 행정을 폈다면 오늘의 불행이 있을 수 있겠는가요.
다산 정약용은 18세기 말 36세의 젊은 나이로 목민관에 임명되어 한 지역을 맡아 다스리던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바로 황해도 곡산도호부사가 되어  그곳에서  공무를 수행할 때의 자신이 직접 행했던 일을 『목민심서』「공납(貢納)」 조항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무오(戊午:1798)년  겨울에 조세의 현물  수납을 이미 반이나 끝냈는데 상사(上司:선혜청)에서 공문을 보내어 좁쌀 7천 석을 현물이 아닌  금전으로 바꾸어  올리라고 독촉하였다. 그것은 본래 서울의  선혜청에서 임금에게 보고하여 허락을 얻어서 보내온 공문이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고집하여 그대로 현물로 수납하고 창고를 봉하였다. 서울의 선혜청에서는 나를 죄주어야 한다고 청했으나 정조 임금이 황해 감사의 장계(狀啓)를 보고는 ‘잘못은 선혜청에 있지 정약용은 죄가 없다’라고 말했다. 사표를 쓰고 돌아가려던 참인데 그냥 눌러 앉았다” 라는 내용입니다.
그 당시 현물 가격이  너무 낮아 돈으로 올리려면  농민들만 죽을 지경이 되는데, 어떻게 금전화할 수 있느냐는  다산의 반론에  임금이 다산 편을 들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산은 이미 「수법(守法)」조항에서  “이(利)에 유혹되어서도 안되며, 위세에 굴해서도 안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이다. 비록 상사(上司)가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일이 있어야 한다(不爲利誘 不爲威屈 守之道也 雖上司督之 有所不受)”라고 주장하여 부당한 상관이나 상부의 명령이나 독촉에 굽히지 말고 원칙을 지켜 부당한 일에 가담해서는 안된다는 정신을 말한 바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당한 상부의 지시나  상관의 독촉에 흔들려서 무리한 공무를 집행하다보면 당하는 사람은 백성들뿐입니다. 자신이 자리를 버리고 떠났으면 떠났지, 그런 일로 국민이 고통을 당한다면 공직자로서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런 내용을 보면, 목민심서야말로 이론이나 말로만의 책이 아니라 다산이라는 위대한 학자가 자신이 실무에 임했을 때 직접 행동으로 실천했던 공무의 내용이 열거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론이나 말로는 쉽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이 어렵습니다.  청와대의 고관대작들,  정부의 고관대작들이 부당한 대통령의 지시에 원칙을 지키며 따르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는가요, 시키는 사람도 나쁘지만 따르는 사람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런 데서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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