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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규 칼럼-아파트, 높이 올라갈수록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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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규 칼럼-아파트, 높이 올라갈수록 좋을까요?
  • 중앙매일
  • 승인 2016.11.2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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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낳은 세계적 현대 석학(碩學) 린유땅 (林語堂)의 수필 속에 다음과 같은 우화가 있다. 옛날 한 사나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와서 하느님께 호소(呼訴)하여 말하기를 이 지상의 세계는 자기가 살만한 곳이 되지 못하니 원컨대 천상의 진주문으로 가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하느님께서는 중천에 걸린 달을 가리키면서 저거라면 갖고 노는데 족할 테지 하면서 의견을 물었다. 그 사나이는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저런 것은 보기도 싫다고 대답을 하였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멀리 푸르게 보이는 산을 가리키며 저 산의 능선은 어떠냐고 물었다.

자동화의 급속한 기술개발 초고속 사회변화,,,,,,   

역시 그는 저런 것들은 대단치 않은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다음에는 난초(蘭草)와 삼색 오랑케 꽃의 꽃잎을 보여주면서 그 생채의 오묘함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사나이는 여전히 싫다고 할뿐이었다.
관용을 보이시면서 이번에는 수족관으로 데리고 가서 열대어를 보여주었으나 머리를 좌우로 흔들 뿐이었다. 그렇다면 하고, 이번에는 산상의 호반(湖畔)으로 데리고 가서 늠름한 암석, 아름다운 수면에 거꾸로 비친 하늘의 그림자 등을 보여주었으나 역시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로였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만든 창조물(創造物)이 어쩌면 이다지도 무감각하고 교만한가, 아마도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한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럭키산맥의 산정, 그랜드 케년, 양자강의 협곡, 나이아가라의 큰 폭포수 등등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하느님의 힘으로 인간의 눈, 귀 그리고 위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이 아름다운 지상(地上)나라에는 얼마든지 있다고 얼려주었다.
그래도 그 사나이는 진주문의 천국에만 보내달라고 간청(懇請)하였다. 그리고 “이 지구는 내게는 족히 살만한 곳이 못된다.”고 고집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는 참다못하여 “ 이 외람된 은혜를 모르는 놈아! 이 지구가 부족하다면 지옥에라도 가거라. 지옥에서는 허공을 나르는 구름도 보이지 않고 꽃피는 나무도 없고, 시냇물 흐르는 물소리도 없을 게다. 너의 생명이 끝날 때까지 거기서 살아라!”하고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드디어 그 사나이를 번잡한 시내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로 보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사나이는 다름 아닌 현대인(現代人)인 것이다. 현대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흥이 병적이라고 할 만큼 결여돼 있다.

 

핵무기 개발이 평화와는 역행.....    

도대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연이라는 것의 의미나 필요성 같은 것을 아예 무시해버리는 것 같다. 어쩌면 문명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초현대식 건물이라는 완전인공장치 속에서 하루 종일 기계의 조작으로 삶이 시작되고 끝나는 현대인은 자연의 풍성함을 아예 둔감 내지는 무감각해져서 아무리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어도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일면이 있다. 
그래서 톨스토이도 “새로운 것을 보고 호기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것은 늙은 징조다”라 말했고, 이어 “인류에 대한 무감각은 인류에 대한 살인”이라 설파하였나 보다. 어떻습니까? 아파트살기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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