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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규 컬럼-아파트에 모여 사는 타인(他人)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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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규 컬럼-아파트에 모여 사는 타인(他人)들
  • 중앙매일
  • 승인 2016.08.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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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 주 필

미국의 유명한 대학교수 피터 드러커는 현대를 ‘단절(斷絶)의 시대’라고 불렀다. 모든 사회현상(社會現象)이 너무나 빨리 근본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 사이에 아무런 연속성이 없다는 뜻이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주어 삶의 양상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고 있다.
그런 큰 변화의 가닥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가닥은 세계가 날이 길수록 점점 더 똑같아지고 있다는 것과 정반대로 날이 갈수록 서로 달라져 가는 면(面)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세상일에는 양면(兩面)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낮과 밤이 있고, 남자와 여자가 있으며, 밝음과 어둠이 있다. 이 모든 쌍쌍들이 있어야 하루가 있고 인간들이 있으며 역사가 있는 것처럼 세계의 변화도 같아지는 것과 달라지는 서로 반대되는 경향(傾向)이 있어서 비로소 참된 변화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역학의 원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같아지는 것, 달라지는 게 많은 세상

먼저 점점 같아지는 것을 경향을 살펴보자. 고속도로, 수세식 화장실(化粧室), 농기구, 전기시설, 자동차(自動車) 등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간의 지성(知性)은 마침내 공간적으로 축소(縮小)시간상으로 단축을, 이전에  서로 오고가려면 여러 날 걸리던 거리가 몇 시간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식성(食性)이나 지식의 내용 같은 것들이 급속하게 서로 닮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고층 건물, 아스팔트, 인구 밀집(密集), 환경의 오염, 햄버거 집, 각종 정보의 공유 등은 세계 어느 것을 가 보아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들이다. 또한 모두가 물질지상주의적(物質至上主義的)가치관을 갖고 극심한 생존경쟁(生存競爭)을 펼쳐나가고 있는 공통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래서 전 세계는 오늘날 히버트 엠, 맥루한이 말한 대로 ‘하나의 지구촌(地球村)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세밀히 살펴보면, 서로 달라져가는 면 또한 많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미국 사회에 살면서도 비슷한 운명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백인과 흑인 가치관(價値觀)과 세계관에 있어서 차이가 커지고 있다. 같은 자유를 놓고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은 그 해석을 전혀 다르게 하고 있다. 행복한 삶이 뭐냐는 문제를 놓고도 마르크스주의자와 히피족은 전혀 다른 견해(見解)를 갖는다. 어느 나라에서는 먹을 식량이 없어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한 쪽에서는 없는 것이 없는 지나치게 풍요(?饒)로운 세상이어서 오히려 지루하다는 넋두리가 나오고 있다. 
                     

변화와 개선(改善)을 지혜롭게 추구해야

오늘날 세계는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꾸 비슷해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갈수록 달라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점차적인 연속적 변화가 아니라 급격한 불연속적 비약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현기증(眩氣症)이 날 정도로 빠른 변화 앞에서 우리는 자칫 여러 가지 큰 혼란을 겪게 된다. 가령 어제까지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오늘에 와서는 그른 일이 되고 윤리와 도덕을 위시한 온갖 행위규범(行爲規範)들이 날마다 달라져 간다면 우리는 어디에 그 기준을 두고 행동하여야 할는지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말했던 대로 거센 변화의 물결을 타고 참된 자기의 본질을 상실(喪失)함이 없이 그 변화를 능동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知惠)가 있어야 하겠다. 아파트에 모여 살면서도 철저하게 남남이 되는 삶의 의미를 냉정히 반추(反芻)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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