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3 17:17 (화)
서병규 컬럼- 욕망(慾望)은 필연 재앙(災殃)을 부른다
상태바
서병규 컬럼- 욕망(慾望)은 필연 재앙(災殃)을 부른다
  • 중앙매일
  • 승인 2016.06.21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병규 본사주필

추석날 상속재산 배분을 놓고 <내 몫 달라 의사 교수 형제 가스총질>, 신문 사회면의 기사 제목이다. 수년전 청주시 용암동에서 추석날 차례(茶禮)상을 차려놓은 이른 아침 벌어진 형제간 재산싸움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의사나 교수 다 같이 먹고 살기가 어려운 처지가 아닌, 그것도 형제지간에 유산을 놓고 좀 더 가지려 발버둥치는, 한마디로 욕망의 노예가 된 인간이 연출한 인명수심(人面獸心)의 그야말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불교경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가 <욕망(慾望)>이다. 불교만큼 이 욕망의 문제를 철저하게 추구하고 있는 곳은 없다. 불교가 욕망에 대하여 이처럼 깊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불교의 중심문제인 ‘고(苦)’가 욕망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욕망이란 인간의 모든 욕구를 가리킨다.
 
                         

물질문명이 인간 욕망 못 채워준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욕망의 구체화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끝없는 욕망의 사슬에 묶여 있다. 끊임없이 욕구(欲求)가 일고, 그것을 채우지 못하면 괴로운 고통을 느끼게 된다. 불경은 이 같은 상황을 ‘화살에 맞아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에 비유한다. “욕망을 채우고자 탐욕이 생긴 사람이 그것을 채우지 못하게 되면 그는 화살에 맞은 사람처럼 번민하게 된다”고 했다.
욕망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고가 발생한다고 해서, 욕망을 채워줌으로써 고를 소멸시킬 수 있는가 하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아무리 그 욕망을 충족시켜 주어도 끝내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한다. 욕망을 채워주면 줄수록 점점 더 불어날 뿐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 법이다.
그것은 마치 바다에 빠진 사람이 바닷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 심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의사나 교수가 되어 생활이 안정된 처지이기에 재산다툼쯤은 할 처지가 아님은 물론 더구나 형제지간이었기에 더더욱 재산다툼은 할 처지가 아니었지만 욕망의 굴레를 벗을 수가 없어 그들은 끝내 치졸(稚拙)한 연극을 연출했던 것이다. 그래서 경전은 욕망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설(說)하고 있다. “여기에 저 히말라야 산만한 순금덩어리가 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그 금을 얻는다 해도 만족할 줄 모를 것이다. 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해도 사람의 욕망은 다 채울 수가 없을 것이다”.
욕망은 역시 모든 인간 간 다툼의 원인이 된다. 작게는 개인 간의 싸움에서, 크게는 국가 간의 전쟁도 모두 이 욕망이 원인이다. 욕망은 한없이 소유하고 싶어 하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어한다. 이 욕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인간에게 진정한 평화와 행복은 있을 수 없다고 하여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욕망의 문제를 현실의 문제와 관련시켜 논의를 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욕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인류의 모든 관심은 물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쏠리고 있다. 그런 사회를 우리는 산업사회(産業社會) 또는 공업사회(工業社會)라 부르며 농업사회보다 한층 진전된 사회라 칭송을 하며 물질의 생산과 소비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사 나와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현대사회의 교육제도마저도 그 내용은 물질생산을 위한 기술을 배우기 위한 것처럼 되어 있다. 현대사회의 모든 제도도 물질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두도록 만들어져 있다. 개인이나 국가의 인간 평가척도도 물질의 생산과 그것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있다.
물질이 인간의 삶, 인생에서 가장 큰 가치를 갖게 되어있다. 그래서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발버둥치는 부끄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형제간 상속문제로 총질을 한 이번 사건은 이 시대가 낳는 불가피한 산물일지 아니면 사람이 나빠서일지 분별이 쉽지 않다. 회한이 가슴을 저민다. 우리 모두는 무한한 욕망의 늪에 빠져들지 않을, 과욕이나 맹목(盲目)을 벗어날 지혜를 터득하여야 하겠다.


주요기사